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6월19일] 벨크로

메스트랄(Georger de Mestral)은 숲을 내달렸다. 날랜 사냥개 덕분에 토끼를 잡았지만 숲에서 나온 그의 모습은 고슴도치. 옷에 달라붙은 덤불가시를 아무리 털어내도 떨어지지 않았다. 궁금해진 그는 확대경을 들었다. 가시에는 조그만 갈고리가 수없이 달려 있고 모직바지는 올가미 모양의 섬유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 그는 환성을 질렀다. 벨크로(Velcroㆍ일명 찍찍이)의 원리를 발견한 순간이다. 이 때가 1947년 가을. 메스트랄은 연구에 매달렸다. 스위스의 엔지니어링 회사에 사표도 냈다. 출생(1907년 6월19일) 이후 최대의 결정. 개발과정은 힘들었지만 취미인 모형비행기 제작에서 얻은 치밀함이 연구에 도움이 됐다. 1951년 특허 취득과 함께 회사 설립. 반응은 기대와 딴판이었다. 발명품 ‘잠금 테이프(Licking Tape)’는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쉽게 닳고 빨면 갈고리가 떨어져 나간 탓. 메스트랄은 1957년 재료를 면에서 나일론으로 바꾸고 적외선까지 씌운 견고한 제품을 내놨다. 신제품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1959년까지 54,840㎢의 제품이 팔려나갔다. 프랑스어 ‘벨루어(벨벳)’와 ‘크로세(고리)’를 합성해 ‘벨크로’로 바꾼 제품명도 판매를 도왔다. 메스트랄은 부와 명성을 얻었다. 영국에서 받은 특허료만 500만파운드. 수억달러의 재산을 모은 그는 중세의 성을 사들여 1990년 83살로 사망할 때까지 편안한 여생을 보냈다. 그는 떠났지만 벨크로의 쓰임새는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인공심장 수술과 무중력 상태인 우주선에서 물품을 고정하는 데도 쓰인다. 최근에는 방탄조끼에 벨크로를 붙여 탄창과 수류탄 봉지, 수통, 무전기 등을 결합하는 병사용 신형군장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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