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국제유가 고공행진이 지속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산유국의 오일머니가 국제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동 산유국의 오일머니는 달러화 하락으로 인한 자본유출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뉴욕증시 상승장세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오일머니는 최근 글로벌 통신ㆍ부동산ㆍ에너지 기업의 인수ㆍ합병(M&A)에 집중적으로 투자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동에서 벌어들이는 오일머니의 힘이 세계의 돈줄을 휘어잡고 있는 것이다. 1일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 2002년부터 2006년까지 5년 동안 걸프협력협의회(GCC)의 6개 회원국(사우디아라비아ㆍ쿠웨이트ㆍ오만ㆍ바레인ㆍ아랍에미레이트ㆍ카타르)이 석유 판매로 올린 수입은 무려 1조5,000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약 35%인 5,400억 달러가 해외로 빠져나간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미국의 분기 당 경상수지 적자와 같은 규모다. 5,400억 달러 중 가장 많은 약 3,000억 달러가 미국 증시와 채권시장에 투자됐다. IIF는 걸프지역 산유국의 해외 투자분 가운데 미국에 투자된 금액은 유럽에 들어간 돈의 3배 가량이라며, “따라서 오일머니가 달러에서 급격히 이탈하고 있다는 분석은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뉴욕 금융시장이 80년대에 일본 자금으로, 최근에는 중동 산유국과 중국 자금의 유입으로 활황세를 띠고 있는 셈이다. 오일머니는 국제 M&A 시장에서도 큰 손 역할을 하고 있다. 두바이 국영투자회사 두바이인터내셔널캐피털(DIC)은 지난 5월 영국계 투자은행 HSBC 지분을 3%정도 확보했다. 또 두바이 국제금융센터(DIFC)는 같은 달 도이체방크의 지분 2.2%를 매수했다. 바레인의 투자은행 아르캐피타는 싱카포르의 부동산업체 캐피탈랜드와 함께 3억 달러 규모의 부동산 펀드를 조성했다. 오일머니는 최근 들어 투자 영역을 헤지펀드 등으로 다양하게 확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중동 국가들이 오일머니가 불확실성을 동반하는 주식투자에서 그치지 않고 부동산과 기업에도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삼성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발표한 ‘오일머니와 아시아머니 동향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수출 증가 금액이 과거 1~2차 오일쇼크 당시의 수출증가 금액보다 두 배 이상 크다”며 이에 따라 “오일머니의 해외투자 확대 추세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연구소는 또 이러한 해외투자 중에서도 “증권투자의 확산은 오일머니가 국제금융시장에 대규모 자금을 공급, 오일머니의 영향력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IIF는 이처럼 ‘종횡무진’하는 오일머니의 행보가 그동안 미국ㆍ유럽 지역에 국한한 국제 금융시장에서 중동국가의 자본으로 영향력을 넓히게 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오일머니가 북유럽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도 많이 유입돼 있는 만큼 이들 국가들이 중동국가의 투자로 얻는 혜택 또한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