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샷 세계무대에서도 통하네.’ 30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마스터스GC(파72ㆍ6,286야드)에서 끝난 미국 LPGA투어 에비앙마스터스. 300만달러로 투어 대회 가운데 총상금 규모가 US여자오픈 다음으로 많고 출전자격이 엄격한 ‘제5의 메이저대회’다. 비록 우승이 불발돼 이번에도 한국인이 정복하지 못한 5개 대회 중 하나로 남겨졌지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의 매운 맛을 보여준 무대였다. ‘순수 국내파’들은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한편 미국 등 세계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수확했다. KLPGA 시즌 4승을 거두며 최강 자리를 굳히고 있는 신지애(19ㆍ하이마트)는 이날 난코스에서 이븐파 72타로 잘 버텨 최종합계 3언더파 285타로 1타차 공동3위에 올랐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이글을 노린 절묘한 벙커 샷이 홀 10㎝ 앞에 멈추면서 연장전에 합류하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 하지만 지난달 US오픈 6위였던 자신의 LPGA 대회 최고성적을 갈아치운 신지애는 세계정상급 수준과 격차가 거의 없음을 입증해 보였다. 국내에서 3승을 올린 안선주(20ㆍ하이마트)와 2승의 지은희(21ㆍ캘러웨이), 박희영(20ㆍ이수건설) 등도 처음 출전한 LPGA 대회에서 주눅들지 않고 당당한 플레이를 펼쳤다. 안선주는 쟁쟁한 선수들이 줄줄이 뒷걸음질을 친 최종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공동6위(합계 2언더파)의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지은희는 공동16위(이븐파)로 마쳤지만 첫날 6언더파 맹타로 공동선두에 나서 눈길을 끌었고 박희영도 거뜬히 컷을 통과했다. 신지애와 지은희는 KLPGA 상금 상위랭커 자격으로 이번주 열리는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에도 출전해 또 한번 돌풍에 도전한다. ‘LPGA 코리안군단’의 자존심을 지킨 것은 ‘작은거인’ 장정(27ㆍ기업은행)이었다. 장정은 연장 첫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낸 나탈리 걸비스(미국)에게 아쉽게 우승컵을 넘겨줬지만 마지막 라운드 후반 맹추격을 펼치며 합계 4언더파로 극적인 동률을 이뤄내는 저력을 과시했다. 김초롱(23)이 공동6위, 안시현(23)이 공동16위로 뒤를 이었다. ‘섹시골퍼’ 걸비스는 투어 데뷔 5년여 만에 첫 승을 신고, ‘골프계 안나 쿠르니코바’라는 오명을 벗었다. 모델 같은 외모를 지녔지만 정작 대회 우승은 거두지 못하면서 얻은 꼬리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