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4월16일] 실리먼 보고서


1등품:고래기름. 2등품:식물성 유지. 대중용:송진추출유. 19세기 중반 조명용 기름의 가격별 순위다. 자연 노출된 아스팔트와 석탄에서 조명용 등화유와 가스를 추출하는 기술이 1850년대 중반 선보였지만 가격이 비쌌다. 자연 채집된 석유의 용도는 치료용. 류머티즘과 외상연고로 쓰였을 뿐이다. 석유의 가치를 학문적으로 규명한 시발점은 1855년 1월16일 제출된 실리먼 보고서. ‘석유는 이상적인 조명용 기름’이라는 예일대 화학교수 벤저민 실리먼 2세(Benjamin Silliman Jr)의 보고서를 받은 연구용역 의뢰인들은 기쁨에 들떴다. 추가 투자를 끌어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용역 의뢰인들은 뉴욕의 변호사 조지 비셀과 은행장 등 투자자 클럽. ‘약국에서 의약품으로만 거래되는 석유를 파내 조명용으로 판다면 목돈을 건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돈을 갹출한 사람들이다. 비셀은 실리먼 교수의 보고서를 들고 다니며 자금을 끌어모았다. 대박이 터진 것은 4년 후인 1859년 8월. 자금이 떨어져 시추를 포기하려던 찰나 석유가 솟아올랐다. 인류 최초의 상업용 계획유전인 펜실베이니아 타이터스빌이 터진 것이다.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석유는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고 문명의 지도를 바꿨다. 실리먼 교수가 당시에 받았던 연구용역비는 526달러 8센트. 보고서에는 ‘램프에 사용될 등유뿐 아니라 원유는 서로 다른 비등점에서 추출되는 다양한 물질로 분류될 수 있다’는 대목도 나온다. 등유에서 휘발유와 중유ㆍ경유 등으로 나눠지는 이정표를 제시한 셈이다. 실리먼이 석유를 근대적으로 ‘분석’한 지 152년. 인류의 앞에는 정반대 방향의 보고서가 널려 있다. 석유자원 고갈이라는 절망의 보고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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