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유럽서 직불카드 사용 높은 이유는

카드 소액결제에 추가요금<br>수익자부담 원칙 뿌리 내려<br>체크카드 사용 유인 위해 소비자 혜택 손질 필요

영국 런던 레먼가에 위치한 슈퍼마켓 '와인티어스(Wine Tiers)'. 백발의 할머니가 초콜릿 두봉지를 들고 계산대에 섰다. 결제금액은 5파운드. 할머니는 카드를 내밀었고 주인은 카드로 결제하면 50페니의 추가요금이 붙는다고 했다. 할머니는 별말 없이 결제했다. 주인 아스윈 파텔(57)씨는 "추가요금이 거래비용이라는 점을 설명하면 소비자들이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신가맹점수수료 체계 시행 4개월이 지났지만 잡음은 여전하다. 일부 대형가맹점과 카드사 간 수수료 분쟁은 현재진행형이고 소비자들은 카드사의 부가서비스 축소 조치가 불편하다.


그렇다면 한국보다 카드시스템 도입이 빠른 유럽은 어떨까. 유럽의 카드결제시스템은 철저하게 '수익자부담 원칙'이다. 결제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하면 비용유발 당사자가 떠안는다. 소액결제 거래가 대표적이다. 소액결제는 마진이 낮기 때문에 결제비용이 발생하면 그만큼 가맹점주의 수익이 줄어든다. 가맹점주는 당연히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소비자는 결제 편의성을 누린 대가로 이 비용을 불만 없이 지불한다.

반면 한국은 1,000원 미만 소액에도 카드결제가 일반화되면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1,000원짜리 음료수를 카드로 결제하면 고정비용(밴수수료)만 150원가량이 발생한다. 판매마진이 2.0%(200원)라면 4분의3이 결제비용으로 사라진다. 결제수수료까지 감안하면 노마진이나 다름없지만 한국 소비자는 이를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인다.


신가맹점수수료 체계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수익자부담 원칙이 확고히 뿌리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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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수익자부담 원칙이 뿌리를 내리면서 유럽에서는 직불카드 사용비중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현재 영국카드협회에 등록된 카드 중 직불카드 비중은 37.6%로 가장 많고 다음이 선불카드(33.0%), 신용카드(29.4%) 순이다. 리처드 코치 영국카드협회 전무(Senior Executive)는 "비행기표를 카드로 결제하면 표 값 외에 수수료도 물어야 하는데 직불형카드는 그런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여기에 부채를 피하자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체크카드 사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 주도로 체크카드 진흥을 꾀하고 있는 우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은 세제혜택 같은 당근으로 체크카드 사용을 유인하지만 시장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수익자부담 원칙의 확립이 선결돼야 한다는 뜻이다. 한 대형카드사 고위관계자는 "한국은 포퓰리즘 정도가 심해 소비자혜택 축소를 대놓고 언급하지 못하지만 이를 풀지 않고서는 카드산업이 기형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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