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지금 대덕에선] 지질자원硏 이윤수 박사

"백두산 화산폭발 위험 고조, 북한과 공동연구 시급하다"<br>천지 아래 2~5㎞ 지점서 화산지진 잇달아


백두산의 화산 분출로 형성된 칼데라호수인 천지는 9세기와 10세기의 분출로 상공에서 보면 3개의 원이 부분적으로 겹쳐지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사진 출처 : 김욱 길림대 교수

[지금 대덕에선] 지질자원硏 이윤수 박사 "백두산 화산폭발 위험 고조, 북한과 공동연구 시급하다"천지 아래 2~5㎞ 지점서 화산지진 잇달아 대덕=강재윤 기자 hama9806@sed.co.kr 백두산의 화산 분출로 형성된 칼데라호수인 천지는 9세기와 10세기의 분출로 상공에서 보면 3개의 원이 부분적으로 겹쳐지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사진 출처 : 김욱 길림대 교수 “활화산인 백두산의 분출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시급합니다. 이른 시일 내에 북한과 공동연구를 해야 합니다.” 지질 분야 판 구조론을 연구하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기반정보연구부 이윤수(51ㆍ사진) 박사는 백두산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한다. 그는 “백두산이 내일 당장 폭발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우리 민족의 영산 백두산은 오래 전에 분출한 후 죽어버린 화산이 아니라 언제라도 분출할 수 있는 ‘활화산’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이후 백두산 천지 아래 2∼5km 지점에서 끊임없이 화산지진이 발생하면서 화산폭발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2005년에는 지진 횟수가 월 250회 수준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도 천지 아래에서 마그마가 서서히 솟구쳐 올라오는 화산지진이 이어졌는데 이는 대규모 분출을 위한 에너지를 집적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화산이 활화산인지 여부를 평가하는 기준은 최근 1만년 이내에 대규모 분출이 있었느냐를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백두산은 9세기와 10세기에 두 차례에 걸친 분출이 있었을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특히 10세기에 있었던 분출의 경우 화산분출지수(VEIㆍvolcano explosivity index) 7급의 대규모 분출이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VEI는 1~8단계로 화산분출 규모를 구분하는 지수로 화산재의 양과 화산재가 상승한 높이 등을 기준으로 하며 현재까지 8급에 해당되는 분출은 없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당시 백두산은 지상 25㎞ 높이까지 화산재가 솟구쳤으며 약 120㎦에 달하는 유독성 화산재를 쏟아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남한 전역(약 10만㎢)을 평균 1.2m 두께로 덮을 수 있는 엄청난 양이었다. 이 화산재는 동쪽을 향하는 제트기류를 타고 멀리 일본 북해도까지 날아갔고 약 5㎝ 두께의 지층을 형성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박사는 “백두산은 전세계적으로도 작은 규모의 화산이 아니며, 특히 유문암질과 조면암질의 점성이 높은 마그마가 형성되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분출가스를 붙잡아 둘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점성이 낮은 마그마는 가스를 붙잡아두는 힘이 약해 소규모 폭발이 일어나는 반면 점성이 높은 마그마는 최후의 순간까지 분출을 억제해 대규모 폭발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백두산 정상의 칼데라호수인 천지의 경우 최대 수심이 372m에 달하고 약 20억톤의 물을 담고 있어 화산폭발을 억제하지 않느냐는 의문에 대해 이 박사는 “천지의 물이 고열과 만나면 수증기로 부피가 팽창해 오히려 폭발의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국내 학계는 중국이나 일본의 연구자료를 받아보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박사는 “백두산 화산분출이 일어날 경우 대규모일 것이며 북한지역의 생태기반을 초토화시킬 것으로 예측된다”며 “중국지역과 비교해 보다 풍부한 연구자료를 얻을 수 있는 북한지역에서의 연구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또 백두산의 9세기 화산분출은 역사적인 연구자료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 926년 발해 멸망에 백두산 화산 분출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가설이다. 당시 상당한 규모의 국가를 형성했던 발해를 거란이 침공한 후 거란조차도 발해지역을 벗어나 요나라를 세웠다. 이 박사는 “일본 학자들이 발해멸망이 백두산 화산분출에 의한 것이라는 가설을 제기한 후 10세기 분출과 시기가 맞지 않았지만 10세기 화산재 지층 밑에 9세기 분출 지층이 확인됐기 때문에 상호 연관성을 찾을 수 있다”고 밝힌다. 한편 백두산 화산활동에 대한 북한과의 공동연구 추진에 대해 이 박사는 “정치ㆍ외교적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과학자가 거론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국내 화산학자들과 지질자원연 등은 북한과의 공동연구를 위한 다양한 준비작업을 진행 중이며 2~3개의 세부적인 연구모델까지 마련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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