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역사를 뒤흔든 이상 기후 '엘니뇨'

엘니뇨: 역사와 기후의 충돌<br>로스 쿠퍼 존스턴 지음, 새물결 펴냄


'타이타닉호 침몰과 청나라 흉작, 탐험가 스코트의 비극. 세가지 사건에 재앙 이외의 공통점이 또 있을까. 그렇다. 답은 엘니뇨. 타이타닉이 택했던 항로는 빙산이 거의 없었으며 스코트는 남극 탐험기간 내내 평시보다 7℃나 낮은 온도에 고개를 가우뚱거리다 얼어죽었다. 청나라 말기에 닥친 대기근은 인습과 행정체계를 무너뜨려 왕조 멸망을 부추겼다. 모두 이상 기후 때문이다. 자연과학 다큐멘터리 프로듀서인 저자는 책에서 엘니뇨란 눈을 통해 역사를 재구성한다. 인간은 20세기 들어서야 그 존재를 인식했지만 엘니뇨는 오래 전부터 역사의 흐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과연 역사적인 기후변동이 모두 엘니뇨 탓이었는지는 의문이지만 기후가 역사에 미친 영향을 자세히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책은 일독의 가치가 있다. 나폴레옹과 히틀러의 군대를 동사시킨 러시아의 이상 저온, 감자 대기근에 앞서 아일랜드를 지배한 짙은 습기의 원인, 영국에게 불의의 습격을 당하고도 전력을 유지했던 스페인 무적함대의 완전 파괴는 모두 엘니뇨 때문이었다는 대목이 흥미롭다. 미국와 영국, 독일의 사모아제도 쟁탈전이 평화롭게 종결된 점도 엘니뇨에 있다는 에피소드도 새롭게 소개된다. 저자는 엘니뇨를 극장 무대장치의 변경에 비유한다. 사막에 꽃이 피고 열대우림은 가뭄에 시달리는 등 지구전체의 기후시스템이 일시적으로 재편된다는 것이다. 역사상 최대 화재였던 1998년 인도네시아 산불도 정상적인 기후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었지만 엘니뇨는 열대우림을 건조시키고 순식간에 불태웠다. 문제는 엘니뇨가 현재진행형이라는 점. 엘니뇨와 그 여동생 격인 라니냐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진동과정의 일부일 뿐이다. 인간의 대응방법은 감시시스템 구축을 통한 사전대비에 있지만 기상 관측이 가장 앞섰다는 미국조차 1993년 엘니뇨로 18조달러의 피해를 입었다. 최근 6년간 잠잠했던 엘니뇨가 올 겨울 다시 찾아온다는 예보다. 이번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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