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일진회 신고말라" 일선학교 덮기 '급급'

교사·학교평가 불리함 우려 '쉬쉬'…"제도 개선 필요" 지적

"일진회 신고말라" 일선학교 덮기 '급급' 교사·학교평가 불리함 우려 '쉬쉬'…"제도 개선 필요" 지적 학교내 폭력조직인 `일진회' 근절을 위해 교육부와 경찰이 적극 나섰지만 정작 일선학교에서는 학교폭력 문제를 쉬쉬하는 데만 급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전문가와 일선 교사들은 학교폭력을 교내문제로 여겨 근무평가나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주는 현재의 불합리한 교원평가제도를 개선하고, 학교폭력 해결에 학교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 "우리 학교엔 일진회 없다" 14일 교육계에 따르면 다음달까지 학교폭력 자진신고 및 피해신고 접수가 이뤄지고 있지만 일부 중ㆍ고교는 학교폭력 문제를 외부에 알리지 않으려고만 애쓰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는 학생부 교사들이 교내 불량서클에 속한 학생들을 불러다 "자진신고할 생각 말아라. 우리 학교에 일진회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며`입단속'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중학교의 모 교사는 "지난주 교장이 교무회의를 열고, 학교폭력 문제에 신경써 줄 것을 당부했지만 학생들의 학교폭력 신고를 당부하는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학교폭력 단속은 이따금 이뤄졌지만 학교측은 항상 학교폭력 문제가 외부로 새나가지 않는데만 신경써 왔다"며 이번 학교폭력 신고 접수가 제대로 이뤄질지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학교폭력 피해신고를 한 학부모는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금품 갈취와 폭행을당해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 학교측에 도움을 청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제발이번 피해신고는 제대로 조치가 이뤄졌으면 싶다"고 호소했다. 강남 C중학교 2학년인 송모군의 어머니 박모씨는 "지난해 3월 아들이 집단폭행을 당했지만 학교측은 1년이 다 되도록 이 학교를 쉬쉬하고만 있다"며 학교측의 성의있는 조치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15일 학교 앞에서 벌일 예정이다. 교육개혁시민연대의 김대유 대표는 "학교장이나 장학사는 항상 `우리 학교에는 학교폭력이 없다', `언론의 과잉보도가 문제다'는 태도를 취하지만 이러한 은폐는피해학생을 두번 죽이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 교원평가등 근본 문제점 개선해야 일선교사들은 학교측의 이러한 방관 내지는 은폐가 교원평가제도나 인사관리 등 근본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하고있다. 일선 중학교의 한 교사는 "승진을 앞둔 교감이나 명예로운 정년퇴직을 바라는교장은 자신들의 학교에서 `문제'가 일어나 자신들의 경력에 결점이 생기기를 결코 바라지 않는다"며 학교 관리자의 안일함을 비판했다. 더구나 일선교사에 대한 근무성적 평정 순위를 매길 때 점수 차별화를 꾀하기 어려워 `실책' 위주로 점수를 깎기 때문에 되도록 학교폭력 문제를 덮어두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지적됐다. 지방교육청의 학교평가에서도 `질서를 위한 생활지도 실적' 등의 평가항목이 있어 학교평가를 좋게 받으려는 자들의 문제 은폐를 초래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일선 교사는 이러한 인사관리 시스템이 빚은 황당한 경험담을 소개했다. 그는 "수학여행 때 이른바 `불량학생' 2명이 밤에 몰래 빠져나가 놀다가 물에 빠져 숨진 일이 있었다. 학교측은 사건을 쉬쉬했고, 결국 `한 학생이 물에 빠진 다른 학생을 구하려 뛰어들었다가 죽었다'고 속이며 성금까지 모금했다"고 전했다. 결국 `학교폭력이나 사고가 얼마나 적게 일어났느냐'는 결과 중심의 평가가 아닌 `학교폭력이나 사고 예방을 위해 학교 당국이 얼마나 노력했느냐'는 예방 중심의 평가가 이뤄져야 학교측의 이러한 태도가 사라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정세영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운영위원은 "지금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학교와 지역사회, 경찰 등이 모두 힘을 합쳐야 할 때이며 무엇보다 학교당국이 지금까지의 방관자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노력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다음달 4월까지 실시되는 학교폭력 자진신고 및 피해신고 접수기간에 학교폭력 신고를 많이 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교육부에 요청할 방침이다. 허준영 경찰청장은 "학교폭력 신고접수는 학교당국의 도움 없이는 결코 성공할수 없는 사안이며, 피해학생들의 인권보호와 가해학생들의 선도를 생각해서라도 학교측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었으면 싶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기자 입력시간 : 2005/03/14 07:08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