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상생모임 한다며 판촉행사?

"협력업체 동반성장 조찬 모임에 출석체크는 왜 하는 겁니까?" 롯데ㆍ현대ㆍ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에 납품하는 중소기업 대표 A씨의 하소연이다. 그는 백화점에서 동반성장을 내걸고 진행하는 각종 행사 초청장을 받을 때마다 겁부터 난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최근 들어 백화점 업계가 협력업체와 상생협력을 하겠다는 의도로 조찬 모임, 세미나 등 각종 행사를 늘리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협력업체 사장들은 참석을 꺼리고 있다. 말 그대로 같이 먹고살기 위한 방편을 모색하는 자리라면 발 벗고 달려가도 시원찮을 판에 말이다. 이유가 뭘까. 모임의 주제가 여전히 백화점의 판촉행사 협조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모임에 참석한 B사장은 "C백화점에서 상생 방안을 모색한다는 모임이라고 해서 가보니 '1+1행사(하나 사면 하나를 덤으로 주는 판촉행사)'를 할 계획이니까 협조할 것을 요구했다"면서 "행사를 안 하면 앞으로 불이익을 주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니 밑지고라도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주요 백화점들은 연일 폭우가 쏟아지는 등 영업 환경이 좋지 않았던 지난달에도 10% 안팎의 매출 증가세를 이어갔다. 롯데백화점의 지난달 매출은 기존 점포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9.3%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은 9.5%,신세계백화점은 14.5% 늘어났다. 백화점들의 이 같은 성과의 밑바탕에는 자체 영업활동 노력도 물론 작용했지만 협력업체들의 남모를 희생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실적의 열매는 여전히 백화점이 독식한다는 게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백화점이 유통시장에서 우월적인 지위를 남용하면서 협력업체에 부당한 강요를 거듭한다면 결코 건강한 유통 질서가 확립될 수 없다. 앞에서 협력업체와 동반성장하겠다고 목소리 크게 낸다고 해서 뒤에서 진행되는 어두운(?) 거래가 묻히지는 않는다. 백화점 업계의 진정한 동반성장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올해 8·15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던진 화두인 '공생발전'의 롤모델이 백화점 업계에서도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