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쏙쏙 배당] 배당기준일을 바꾸면 배당이 보인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

요새 펀드 시장에서 자금이 꾸준히 빠져나가는 중에도 배당주 펀드로는 오히려 자금이 유입된다고 한다. 주식시장이 어려워지니까 투자자가 매매차익보다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배당수익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국내 시장에서 배당을 바라보고 주식에 투자하는 투자자는 사실 생각보다는 적지 않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정보 부족 때문이다. 그것도 심지어 투자 기준으로 삼는 배당 수준에 관한 정보가 태부족이다. 배당기준일 혹은 배당락일과 관련한 규제 혹은 관행이 핵심 원인 중 하나다.


배당을 청구할 권리가 있는 주주는 배당기준일에 주주명부에 등재된 주주다. 관련 법에 따르면 배당기준일은 주주총회에 앞선 3월 이내의 어느 날로 정하면 되지만 국내 12월 결산 상장사 대부분이 결산기말인 12월31일로 정했다.

이제 어느 투자자가 2013년 12월 마지막 주, 높은 배당 수준을 노리고 A사의 주식을 살지 고민 중이라고 하자. 같은 해 3월에 열린 (2012 사업연도) 주총에서 승인한 배당의 (배당)수익률을 계산하니 무려 4%였다.


A사의 배당기준일인 12월31일이 금요일이라고 하면 12월29일 수요일이 배당락일이다. A사의 주식을 사려면 그 하루 전인 28일까지는 매입해야 한다. 문제는 A사에 투자하면 받을 배당을 기한인 28일까지 전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실제 배당수익률은 아마도 2014년 3월쯤에 열릴 주총에서나 결정되는 탓이다. 배당을 보고 투자하고 싶지만, 정작 배당금을 알 수 없는 다소 기이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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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투자자는 3월쯤의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해 원하는 배당을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가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릴 12월31일이 A사의 배당기준일이자 '의결권 행사 기준일'이기도 해서다.

이런 생각은 좀 순진하다. 주총에 안건으로 올라올 '이익배당'은 대개 2월쯤 열릴 이사회가 정하고 주총에서는 여기에 찬성 혹은 반대를 던질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주지하다시피 결론은 언제나 무사통과다. 내가 기대한 배당수익률 4%를 얻을 수 있을지는 2월의 이사회가 얼마나 관대하냐에 달렸다.

아마 많은 투자자는 이런 수순의 배당주 투자 방식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다.

한국처럼 배당을 주총에서 정하는 독일을 보면, 주식 종류에 따라 주총 7일 전 혹은 21일 전의 명부상 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할 권리를 갖는 반면 배당은 대개 주총일 다음날의 주주에게 받을 권리가 있다. 배당에 관심 있는 투자자는 주총 3주쯤 전 소집 공고상에서 이사회가 제안한 배당금을 확인한 뒤 주총일까지 투자할지를 정하면 된다.

국내에서도 예컨대 배당기준일을 이사회가 배당금 결의를 공시한 2월15일 이후인 2월27일로 정할 수 있다면 배당에 관심 있는 투자자는 공시된 배당금을 보고 배당부일인 2월25일까지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앞에 언급한 사정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배당기준일만 바꿀 수 있어도 배당이 보이고, 현명한 투자를 할 여지가 커진다.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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