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영화 리뷰 전국노래자랑] 웃음이 ‘빵’ 터지다 눈물이 ‘펑’ 터진다


‘전국노래자랑’은 최소한 두 번은 울리는 영화다. 한 번은 엄마와 딸 때문에 울고, 한 번은 할아버지와 손녀 때문에 운다. 전반에 깔린 웃음은 이 눈물의 무게를 잊게 만들지만 그래도 이 눈물들이 주는 무게는 극장을 나선 후에도 계속된다. 이것이 영화 ‘전국노래자랑’의 첫 번째 힘이다.

“지금 뭐하노, 그놈은 뭐하고 니가 이라노, 돈 내가 해줄꾸마, 가자 가자”


“가라 고마해라 고마해라”

철없는 사위에게 딸을 시집보낸 엄마는 결혼을 해서도 철이 없는 사위를 대신해 밤에 식당에서 설거지까지 하며 투잡을 뛰는 딸이 일하는 곳에 찾아가고 딸이 안쓰러워 소리를 지르고, 딸은 울어버린다. 엄마도 울어버린다. 엄마는 딸이 안쓰러워서, 딸은 서러워서라기보다는 엄마에게 미안해서 울어버린다.

손녀 보리(김환희 분)의 성화에 못 이겨 전국노래자랑에 나가려는 송영감(오현경 분)은 자꾸 가사를 까먹는다. 그가 부르려는 노래는 홍민의 부모. 초로의 노인도 부모이지만 그에게도 부모는 있었을 것이다. 부모가 부모를 생각하면서 부르는 노래 ‘부모’. 가사를 까먹어 예심 탈락한 송영감. 이제 곧 엄마를 따라서 캐나다로 이민을 가는 손녀 보리는 할아버지를 위해 전국 노래자랑의 사회자 ‘송해 오빠’에게 자신을 출연시켜달라고 사정을 한다. 간신히 출연 티켓을 얻은 보리는 할아버지를 위해 ‘부모’를 부른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니하고

둘이 앉아 옛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

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의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리라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니하고

둘이 앉아 옛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

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의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리라


미용사 아내 미애(류현경 분)에게 얹혀사는 셔터맨 봉남(김인권 분)이 아내의 반대에도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해 1등을 하고 스타가 된다며 영화는 봉남이 주인공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관객이 생각하는 주인공은 각각 다를 수 있다. 전국노래자랑 시청자들은 ‘1등만 기억하는’ 시청자는 아니다. ‘땡~’을 받은 이유로 기억에 남기도 하고, 인기상을 받아서 기억에 남기도 하고, 신세가 한스러워 노래를 부르다 울어버린 참가자가 기억에 남기도 할 것이다. 영화 ‘전국노래자랑’에서도 마찬가지다. 관객이 생각하는 주인공이 각각 다를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전국노래자랑’이 가진 두 번째 힘이다. 우리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그런 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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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래자랑’의 세 번 째 힘은 역시 웃음이다. 제작자 이경규가 장담했듯 ‘빵’ 터지는 유머는 곳곳에 널려있다. ‘전국노래자랑’ 예심에 아내 몰래 간 봉남은 아내가 어디갔었냐고 다그치자 장례식장을 다녀왔다 하고, 조의금 얼마냈냐고 묻자 “2만원”이라고 대답하는 봉남에게 아아내 미애는 “많이 친했나보네”라며 조의금 액수로 친한 정도를 정해주는 ‘애정녀’가 된다. 만년 과장 꼬리표를 떼고 싶어서 시장(김수미 분)이 하는 말에 무조건 “훌륭하십니다”를 달고 사는 맹과장(오광록 분), 어떤 대사든 ‘치기만’하면 웃음을 주는 주하나 시장역의 김수미 등 막강 조연 리스트만으로 ‘전국노래자랑’은 ‘빵’터진다.

‘빵’ 터지다가 눈물 ‘펑’ 터지는 영화가 ‘전국노래자랑’이다. 5월1일 개봉.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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