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새정부 '연금제도 메스' 힘실려

■ 특수직 연금 국가채무수준서 관리<br>4대 공적연금 적자분 '암묵적' 부채로 인정<br>국민주택기금 융자·외평채 회수로 빚 줄일듯<br>재정지출 군살 빼고 재정규율 적극 조이기로

강만수(오른쪽)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가 8일서울 삼청동 인수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획예산처 업무보고에 앞서 기획처 직원들과 밝은 표정으로 웃고 있다. /손용석기자

기획예산처가 공적연금을 국가부채로 인정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를 30% 아래로 낮추는 등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빡빡한 재정정책에 대해 전면적인 ‘코드 맞추기’에 나섰다. 특히 4대 공적연금에서 발생하는 잠재적 재정지출 부담을 국가 채무 차원에서 관리하기로 함으로써 기획처는 참여정부가 극구 부인해온 잠재부채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한편 연금제도에 제대로 손을 대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에 확실한 힘을 실어주게 됐다. ‘연금=국가부채’ 논의에 불을 댕긴 것은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이 위원장은 지난해 재정경제부 국감에서 정부가 사실상 지급보증을 하는 연금 채무를 포함한 ‘사실상’의 국가 부채가 지난 2006년 말 기준으로 1,240조원에 달해 정부가 발표하는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국가부채(282조2,000억원)의 4.5배에 육박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이와 같은 ‘광의’의 국가부채 계산을 전면 반박하고 나섰지만 재정 건전화를 강조하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기존 노선에서 궤도를 수정하게 된 것이다. 사실 나라 빚에 대한 참여정부의 낙관적 견해에도 불구, 공적연금제도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되는 잠재부채 누적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국가 재정의 심각한 위협요소로 지적돼왔다. 당장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을 뿐 4대 연금의 적자분은 어차피 언젠가 정부가 메워야 하는 ‘암묵적’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노령층 급증으로 인해 지금과 같은 제도 아래서는 연금지급에 따른 잠재부채가 하루 800억원, 연간 30조원씩 쌓일 것이라는 경고를 제기했다. 또 한국보건사회연구원도 지난해에 국민연금개혁안이 통과됐지만 국민연금은 오는 2055년에 고갈되고 정부가 공무원연금에 쏟아부어야 할 적자 보전액이 지난해 1조원 수준에서 2030년에는 37조원, 2070년에는 69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아직까지 흑자를 내고 있는 사학연금도 2026년부터는 재정적자가 예상되고 군인연금으로 들어갈 정부의 보전액도 2050년에는 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연구원은 내다봤다. 이제 기획처가 연금을 국가부채 수준으로 관리하기로 한 만큼 연금 자산운용 성과와 지급 수준은 특정 부처가 아닌 국가적 차원의 엄격한 관리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영선 KDI 재정사회개발연구부장은 “국가부채 차원에서 관리한다면 국민연금ㆍ공무원연금ㆍ사학연금ㆍ군인연금 등 4대 연금제도에 전반적으로 손을 댄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우선은 암묵적인 부채 규모를 주기적으로 공표해 잠재 부채를 가늠하도록 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채무를 GDP의 30% 아래로 낮추겠다는 기획처의 보고내용 역시 국가채무 동결이라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사항과 맞아떨어진다. 올해부터 균형재정을 실현하고 임기 중 약 7%의 높은 성장률이 실현될 경우 현재 33% 수준인 GDP 대비 국가채무는 GDP 증가 효과로 인해 무리 없이 30%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고 부장은 “채무동결에서 나아가 정부의 국민주택기금 융자를 회수하고 외화자산을 팔아 외평채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절대적인 채무 규모를 줄이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며 “정부가 외환ㆍ금융시장에서 점차 손을 뗀다면 국가채무 30% 절감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기획처는 20조원에 달하는 올해 예산 10% 절감에 대해서도 인수위를 따르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 동안 늘어났던 재정지출의 군살을 빼고 흐트러진 재정규율을 조이기로 한 것이다. 다만 ‘동결’을 넘어선 예산절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않다. 일부 경제전문가는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예산절감이 가능은 하겠지만 경기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관련기사



신경립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