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심각한 취업난, 구인난

대선이 2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권말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가 난기류에 휩싸이고 권력누수를 틈타 공무원사회를 비롯해 각 분야에 걸쳐 집단이기주의와 도덕적 해이가 기승을 부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선을 앞둔 정권말기에 어느 정도 사회분위기 이완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도를 넘는 경우 경제불안은 증폭되고 민생은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는 점에서 경계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 같은 정궐말기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가 중심을 잡고 책임감을 갖고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남은 몇 개월은 사실상 국민의 정부 치적을 판가름하는 결정적인 시기이기 때문이다. 역대 정권들을 보면 집권초기에는 의욕을 보이다가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낭패를 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김영삼 정부말에 외환위기를 당한 것이 단적인 예이다. 국민의 정부가 그런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고 역사에 남는 업적을 남기기 위해서는 초심으로 돌아가 국정에 최선을 다해야 할 때다. 그중에서도 가장 역점을 두고 챙겨야 할 부문이 바로 경제다. 국민의 정부가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거시지표 관리면에서는 큰 문제가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권말기에 이르러 부동산투기 바람이 거세지는 가운데 주식시장이 극심한 침체를 보이는등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금 대학가마다 졸업반 학생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본격적인 취업시즌에 들어섰지만 대졸자(예정자)들이 선호하는 대기업에의 취업률은 지난해처럼 '바늘 구멍'인 데다 뽑겠다는 곳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방학생들에게는 서류전형의 기회조차 부여되지 않고 있어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특히 3D 업종에 속하는 기업들 가운데는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형편이 심각한 곳이 한 두군 데가 아니다. 취업시즌을 맞아 '취업난 속 구인난'이라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한 취업정보 업체 조사에 따르면 하반기 입사원서를 마감한 대기업들의 평균 취업경쟁률은 67.3대1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의 67.7대1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이 중 상위 랭킹에 꼽히는 기업들은 보통 100대1이 넘었다. 지난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경기의 급격한 회복에 따라 하반기 채용규모는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 날 것으로 낙관했었다. 그런데 미국발(發) 금융불안과 전쟁 위기설 등으로 소비심리가 급랭하고 경제가 불투명하자 기업들도 움추러 든 것이다. 이 같은 추세로라면 내년의 고용전선은 외환위기 후 최악을 기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중소기업은 사람을 구할 수 없어 조업을 중단해야 할 곳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KIET)이 지난 5월말 현재 전국의 중소기업 12만5,400곳(종업원 5인이상~300인 미만) 가운데 8,4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인력부족률은 평균 9.36%로 전체적으로는 20만4,900명이 부족한 것으로 추산됐다. 인력부족률을 직종별로 보면 생산직이 10.86%로 가장 높고 다음이 판매관리직(6.82%), 사무관리직(4.14%), 서비스직(3.01%) 등의 순이다. 특히 고학력 출신들의 기피현상이 두드러져 전문가는 7,300명, 기술 및 준 전문가는 1만7,000명이나 부족했다. 3D 업종은 존폐의 기로에 서 있을 정도다. 그나마 내년에 들어서 외국인의 불법 체류에 대한 단속이 강화될 경우 이들 기업은 치명적 사태를 맞을 수 있다. 고학력 실업자와 청년 실업자들의 양산은 더욱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창 일해야 할 시기에 아까운 재능을 썩히고 있는 것도 그렇거니와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다. 이럴 때엔 대기업들이 미래의 인력 투자와 사회적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고용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취업희망자들도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이야 말로 우리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버팀목이고 또 개인의 능력을 발휘하는데 대기업보다는 유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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