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국인의 눈에 비친 노조의 이미지

우리나라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외국 기업인 가운데 81.3%가 한국노조가 다른 나라에 비해 강성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의 이같은 강성 이미지는 한국에 대한 투자를 결정할 때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결국 우리기업의 경쟁력 약화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서울경제신문이 주한 외국기업인 12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밝혀졌는데 노사화합 없이는 지속적인 경제성장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대목이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외국 기업인들은 노조가 법과 단체협약을 잘 준수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는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노조가 대화에 의한 타협 보다는 물리적 행사에 먼저 호소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한국의 노사관계를 보는 선입견도 '과격한 파업과 공권력 투입을 통한 해결'로 굳어져 있다. 한 외국 기업인은 "한국 노동분쟁의 뿌리 깊은 문제는 위법을 위법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회적 통념과 관행에 있는 것 같다"고 일침을 놓고 있다. 또 노동자의 생산성 향상도 임금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한국기업의 경영진들이 노조를 동반자로 인정하지 않는 자세도 노사관계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라며 개선을 권고하고 있다. 노조에 대한 이 같은 곱지않은 시각 탓만은 아니지만 외국인들의 국내 직접투자가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실제로 2000년 156억9,700만달러였던 직접투자가 지난해에는 118억7,000만달러로 감소했으며 올들어서는 9월말 현재 73억700만달러로 겨우 작년 수준에 머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의 증시폭락, 중동전 재발 가능성 등 해외의 악재가 주된 원인이지만 한국에 대한 투자가 그만큼 메리트가 없다는 점도 상당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걱정되는 것은 내년이다.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가 높은 데다 월드컵과 양대선거 등을 의식, 투쟁수위를 조절해 온 노동계가 새해에는 강도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우선 연초로 예상되는 주5일제의 입법 추진 여부가 상반기 노사관계의 향방을 결정 짓는 최대변수다. 지난 대선에서 95만7,000표를 획득한 민주노동당의 정치세력화도 변수다. 그렇지 않아도 노조에 대해 달갑지 않는 시선을 보내고 있는 외국 기업인들에게는 빌미를 제공해 줄 수 있다. 한국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국외로의 이탈도 우려된다. 국내 기업들도 해외로 탈출, 제조업은 공동화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노조는 권익투쟁도 좋지만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는 것이 급선무다. 글로벌 시대에서 한국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인식을 주한 외국 기업인은 물론 해외에도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