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천문학적인 연봉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주주들은 경영은 뒷전인 채 막대한 연봉에만 집착하는 CEO들의 연봉을 줄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의 리서치회사인 글래스 루이스가 S&P500에 포함된 기업 가운데 444개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CEO들의 보수를 조사한 결과 CEO의 보수가 높다고 반드시 회사의 경영실적이 좋은 것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글래스 루이스의 CEO인 그레그 텍슨은 “평범하거나 저조한 경영성과를 기록한 상당수 CEO들이 회사로부터 막대한 연봉을 챙겨가고 있다”며 “특히 많은 기업들이 CEO에 대한 보수를 기업의 경영실적과 연관시키지 않고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글래스 루이스는 CEO들의 보수를 회사 실적이나 다른 경쟁업체의 보수수준과 비교해 경영실적이 형편없음에도 불구하고 CEO에게 막대한 연봉을 지급한 25개 기업에 ‘F’ 학점을 줬다. 낙제점을 받은 25개기업의 주주수익률(주가수익+배당수익)은 전년보다 평균 2% 떨어졌는데도 이들 기업의 CEO들은 평균 970만달러의 연봉을 챙겼다.
특히 통신업체인 퀘스트 커뮤니케이션의 CEO인 리차트 노트바에트는 동종업체 CEO보다 많은 960만달러의 보수를 받았지만 지난해 이 회사는 13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고, 주주수익률은 14%나 줄었다.
반면 뛰어난 경영성과를 거뒀지만 CEO들의 연봉이 상대적으로 작은 25개 기업은 ‘A’ 학점을 받았다. ‘A’ 학점을 받은 기업들은 아도비, 3M, 코카콜라, UPS 등이다.
이처럼 염불보다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CEO들이 문제가 됨에 따라 기업들도 CEO의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과 관련해 대대적인 수술에 나섰다. CEO들에게 별다른 조건없이 지급되는 스톡옵션을 줄이는 대신 일정한 기준을 달성할 경우 주식이나 보너스를 지급하는 새로운 보수체계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애플 컴퓨터와 엑슨 모빌, 알트리아 등은 CEO에게 적어도 3년이 지난 후에야 주식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짧은 기간의 경영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오랜 기간 CEO 자리를 지키며 회사의 수익성을 높이라는 뜻에서다. 또 GE나 IBM 등은 회사의 영업현금흐름, 주가상승률, 이익증가율 등이 일정 기준에 도달해야만 CEO에게 주식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글래스 루이스의 이사인 린 터너는 “CEO가 기업에 엄청난 보수를 먼저 요구하던 시대는 끝나 가고 있다”며 “이제는 오히려 기업들이 CEO에게 먼저 능력을 보여달라고 요구하고 능력에 알맞게 연봉을 지급하는 것이 대세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