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심층진단/SW수출 1억弗돌파의 허실] 수출 우수업체

◇정소프트지난 98년 미국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정소프트(대표 한동원)는 지난해 42억원 규모의 소프트웨어를 수출했다. 올해 상반기 이 회사가 미국에서 벌어들인 돈은 40억원. 최근 시스코ㆍ델ㆍAOL 등과 진행하고 있는 제품공급 협상이 성공할 경우 올해 수출액은 모두 15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한 업체가 올린 수출고로는 상당한 액수.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 업체가 어떻게 대규모 수출에 성공할 수 있었을 까. 업계에서는 정소프트의 성공 비결로 '틈새 제품 개발'과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꼽는다. 정보기술(IT)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개인용 보안 제품을 개발하는 회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정소프트는 이 같은 틈새시장을 겨냥해 개인용 보안시스템인 '하드디스크(HDD)보안관'을 주력 제품으로 내세웠다. HDD보안관은 바이러스나 외부적인 충격으로부터 하드디스크를 보호해주는 제품. 프로그램이나 데이터가 손상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아주고 망가졌을 경우 컴퓨터를 재시동하면 곧바로 손상된 프로그램이나 데이터를 원상 복구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같은 제품을 보통 PC에 기본 번들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개인들이 직접 구매하는 것이 관행화 돼 있다. 정소프트는 미국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 처음부터 마케팅과 영업에 현지인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을 취했다. 철저히 현지화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지금도 정소프트 현지 법인 직원 중 70% 이상이 미국인이다. 회사 관계자는 "컴덱스 전시회에서도 일부러 한국관을 피해 일반관에 자리잡고 미국인 직원들을 부스에 서게 했다"고 말했다. 특히 메이저 유통회사와 계약을 맺은 게 주효했다. 미국에는 5개의 대형 소프트웨어 유통업체가 자리잡고 있고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곳에서 제품을 구매한다. 정소프트는 이중 잉그램마이크로ㆍ컴퓨USAㆍ오피스맥스ㆍ프라이스클럽 등 4개 업체와 제휴, 미국 소비자 곁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네오엠텔 지난해 무선 동영상 관련 시스템을 개발, 의기양양하게 한국을 찾았던 퀄컴 관계자들은 큰 망신을 당했다. 자신만만하게 개발한 자사 제품을 시연해 보였지만 국내 참석자들의 반응이 영 썰렁했기 때문이다. 영문을 몰랐던 퀄컴 사람들은 "한국의 네오엠텔이라는 업체가 보유한 솔루션이 퀄컴것보다 훨씬 더 뛰어나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그들은 네오엠텔을 이미 알고 있었다. 몇 해전 제품을 시연(프리젠테이션)해 보이겠다고 멀리 한국에서 찾아온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 퀄컴은 프리젠테이션 기회를 주기는커녕, 네오엠텔을 문전박대했다. 2류로 취급하는 한국의 SW업체, 그것도 처음 접하는 업체가 개발한 제품 수준은 '뻔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작용한 것이다. 퀄컴은 "아차!"하는 생각에 곧바로 네오엠텔에게 "제품을 직접 보고 싶다"고 연락했다. 이후 얘기는 술술 풀렸다. 네오엠텔은 협상을 통해 퀄컴에 자사의 무선 동영상 관련 기술인 'SIS(Simple Image Service)'를 공급하고 3년간 로열티를 받게 됐다. 네오엠텔(대표 이동헌)의 경쟁력은 바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이다. 현재 네오엠텔의 기술이 없으면 전세계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단말기에서 게임과 캐릭터는 움직임을 멈추고 만다. SIS의 핵심은 뛰어난 압축과 전송기술. 이동전화 단말기의 사양이 낮은 만큼 PC에서 사용하는 JPEG나 GIF같은 파일을 그대로 실행시키는 것은 무리다. 네오엠텔의 SIS는 파일크기가 작아 쉽게 내려 받을 수 있으면서도 풀면 초당 20~30프레임의 동화상을 보여준다. 네오엠텔은 다음달 퀄컴으로부터 첫 로열티를 받게 된다. 일본의 KDDI가 SIS를 이용한 동화상 서비스에 나서기 때문이다. 또 브라질의 1ㆍ2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텔레폰과 텔레포니카에 SIS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 추가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됐다. 네오엠텔은 조만간 CDMA뿐 아니라 세계적인 유럽 방식(GSM) 단말기 제조업체와 대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한다. GSM 단말기에도 네오엠텔의 소프트웨어가 사용되고 현재 몇몇 업체와 벌이고 있는 협상이 성공할 경우 올 한 해에만 70억원 이상의 로열티 수입을 얻게 된다. 김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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