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자기 발목 잡는 '쌍끌이' 은행영업

장기간, 안정적으로 돈을 불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뭘까. 한 미국 설문조사기관이 약 1,000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물어본 결과 960명가량이 한 가지를 꼽았다. 정답은 ‘자산재할당(asallocation)’이다. 투자대상이나 타이밍이 아니었다. 1년에 적어도 한번씩은 오르고 내린 주식과 채권 등 투자자산의 비중을 재조정해주는 작업이 장기 고수익을 얻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또 미국에서 펀드에 가입하려면 꼭 답해야 하는 질문이 있다. 투자기간과 돈이 필요한 시점이다. 만약 투자기간이 3년 이내라면 주식형 펀드를 절대 권유하지 않는다. 주식형 펀드는 10년 이상 투자해야 평균 수익률이 플러스로 돌아선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올 초 국내 주식시장이 급등하자 은행들은 앞 다퉈 주식형 펀드를 팔았다. 수익률이 오르자 1년도 되지 않은 펀드를 해지하고 해외펀드로 옮겨 탈 것을 권유했다. 장기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선취 판매 수수료가 은행의 수입을 두 배로 불려줬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해외펀드의 수익률 하락과 함께 창구의 활기는 사라졌다. 은행들은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주식형 펀드와 해외펀드만 팔면서 고객들의 ‘위험자산’ 비중이 너무 높아졌다는 점이다. 수익률이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고객들의 불안감과 불만만 쌓여간다. 고객의 장기투자를 위한 상품을 판매 수수료가 높은 상품으로 강조한 대가다. 은행이 펀드판매를 주도하면서 장기투자를 방해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장기투자는 ‘수수료’가 낮아야 높은 수익률이 가능하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펀드의 절반가량은 판매 수수료가 없는 노로드(no-load) 펀드다. 고객들이 우편이나 인터넷으로 펀드에 직접 가입함으로써 판매 수수료 부담을 없앴다. 펀드의 수수료가 낮아지면서 수익률도 높아졌고 만기가 35년ㆍ40년 뒤인 2040펀드ㆍ2045펀드도 잘 팔린다. 연평도 인근에 꽃게가 안 잡힌다고 걱정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꽃게를 잡아가는 중국어선 때문이다. 은행이 펀드판매 수수료 수입을 강조하면서 장기투자ㆍ건전투자의 싹까지 자르는 것은 아닌지, 제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괜한 걱정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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