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경기지표의 방향이 엇갈리면서 미국 경제 ‘연착륙’을 둘러싼 논란에 불이 붙었다. 경기가 ‘침체(recession)’로 굴러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과 ‘경착륙 같은 연착륙(a hard soft landing)’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충돌 중이다. 특히 이 같은 경기논란 속에 주가가 장중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자 증시 논쟁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침체는 없다’=미국 경제의 낙관론을 피력하는 쪽에서는 ▦유가가 안정세를 타기 시작했으며 ▦소비자 관련 지표가 상승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고공행진을 계속하던 유가가 배럴당 60달러선 부근으로 떨어졌고 특별한 악재가 없는 한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경기회복의 ‘구원투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이코노믹 아웃룩그룹의 버나드 바우몰 소장은 “가솔린 값이 떨어지면 소비자들의 신뢰지수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경착륙의 위험은 항상 있지만 그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라살레뱅크의 칼 타넨바움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경기가) 다시 급등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면서도 “경제가 연착륙할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부시 행정부가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기를 침체의 나락으로 떨어지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낙관론의 근저에 깔려 있다. 티버그 펀드의 커티스 티버그 매니저는 “지난 86년 이후 중간선거가 있는 해의 4ㆍ4분기에 증시는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며 “86년 이후 평균 수익률도 5.4%에 달한다”고 말했다. ◇‘요란한 착륙’ 가능성도=하지만 ‘경착륙 같은 연착륙’이 될 수도 있다는 비관론 역시 만만치 않다. 이들은 ▦2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하향 조정 ▦주택시장의 급속 냉각 ▦자동차 판매 감소 등에 주목하면서 경기가 ‘덜컹거리는(bumpy) 착륙’을 시도하거나 또는 그보다 더 안 좋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8월 기존 주택 판매가격이 11년 만에 하락세로 반전하고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자동차업계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소비자 심리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3ㆍ4분기와 4ㆍ4분기 GDP 증가율이 2% 안팎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비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무디스 이코노미닷컴의 마크 자니 수석애널리스트는 “침체 가능성이 이전에 비해 높아지고 있다”며 “현재 그 가능성은 4분의1로 한 달 전의 5분의1, 1년 전의 10분의1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노던 트러스트의 폴 카스리엘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주택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은 소비자들이 집안에 현금인출기를 들여놓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하락기의) 주택시장은 확장기 때보다 (경기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지표 혼조 속 주가는 사상 최고가 ‘턱밑’까지=미국 경기 논쟁의 시작은 상반된 경기지표에서 출발한다. 미 상무부는 이날 2ㆍ4분기 GDP 증가율 확정치를 지난달 발표했던 잠정치 2.9%에서 2.6%로 내린다고 발표했다. 또 2ㆍ4분기 개인소비지출도 2.8%에서 2.7%도 내려갔고 8월 내구재주문은 예상을 깨고 0.5%나 뒷걸음질쳤다. 반면 감소를 예상했던 8월 신규주택 판매는 4.1%나 급등하고 소비자기대지수(25일 발표)도 전문가들의 예상을 훨씬 웃도는 104.5를 기록해 시장을 혼란케 하고 있다. 그러나 지표 혼조 속에 주가는 사상 최고치 경신을 눈앞에 두는 등 전에 없는 강세를 보이고 있어 상승세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일보다 29.21포인트(0.25%) 상승한 1만1,718.45를 기록, 2000년 1월14일 사상 최고치 1만1,722.98과 불과 4포인트 차로 육박했다. 특히 장중 한때 1만1,728.46을 기록, 사상 최고치를 잠시 넘어서기도 했다. 나스닥도 6.63포인트(0.29%) 오른 2,270.02로 장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