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대증요법 vs 시스템 처방

최근 공공기관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것 같다. 공공기관에 대한 기사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린다. 칭찬보다는 도덕적 해이, 방만경영 등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종전 같으면 국민들이 좀처럼 알기 어려웠던 충격적인 내용도 있다. 그러나 문제가 많이 지적된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어떻게 보면 문제가 심화됐다기보다는 사회가 그만큼 더 투명하게 되고 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문제가 드러난 만큼 해결방안도 찾을 수 있다. 공공기관들이 스스로 찾을 수도 있고 정부가 제도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할 수도 있다. 사실 이렇게 문제점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된 것도 정부의 제도적인 노력에 힘입은 것임은 부인할 수 없다. 공공기관운영법 제정에 따라 그동안 꽁꽁 숨겨왔던 공공기관 경영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도록 한 것은 평가할 만한 일이다. 속도가 문제인 것 같다. 문제는 속속 드러나는 데 비해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한참 더딘 것처럼 보인다. 더구나 보도에 따르면 새로운 문제점들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국민들은 답답해한다. 하지만 공공기관 문제는 해묵은 만성적인 과제다. 이러한 문제는 그만큼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 공공기관들의 행태와 문화가 바뀌어야 하고 상당부분 기득권을 포기해야 하는 일이다. 이러한 문제는 누구 하나 결심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정부나 경영진의 노력뿐 아니라 노동조합의 양보와 희생도 필요하다. 만성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대증적인 요법으로는 안 되는 것 같이 문제가 드러난다고 해서 그때 그때 대책을 내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질병의 근원을 도려내는 외과적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고 환자의 영양상태와 체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저항력과 건강을 회복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다. 정부가 공공기관운영법의 제정을 통해 공공기관들의 관리체계를 정비하고 이사회·감사 등 내부 견제장치를 강화한 것은 후자에 해당될 것이다. 일부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경영진과 직원들이 담합해 추진해왔던 각종 불합리한 경영행태가 비상임이사들에 의해 저지되는 사례 등이 나타나는 것은 건강성 회복에 좋은 조짐이다. 일희일비하거나 너무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고 다시 재발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더욱 견고히 할 때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