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CIH 바이러스 빛과 그림자

사상 최악의 피해를 입힌 CIH바이러스로 희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정보화 부처를 자부하던 정보통신부를 비롯해 정보기술(IT)기업인 SI업체, 연구소, 대학 등 고급 두뇌집단은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반면 터져 나오는 웃음을 애써 감추는 곳도 있다. 불법복제로 늘 손해만 보던 바이러스 백신프로그램 업체와, 하드디스크 복구업체, 전문 AS서비스업체 등은 사상 최대의 호황을 맞았다.◇빛 CIH 바이러스로 가장 각광받은 곳은 역시 바이러스 백신업계. 정품 백신프로그램의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 ㈜하우리, 시만텍코리아 등 백신 프로그램업체에는 구입방법을 문의하는 전화와 함께 인터넷을 통한 제품 판매가 평소보다 10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신생 벤처기업인 하우리는 모든 언론매체에 대서특필되면서 상상을 초월한 기업이미지 홍보효과를 거둬 최대의 수혜기업으로 떠올랐다. 정품 구입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소프트웨어업체들도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최근 불법복제 단속과 함께 CIH 바이러스가 이른바 「쌍끌이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점치는 분위기. 손상된 하드디스크를 복구하는 업체도 엄청난 특수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명데이터복구센터에는 하루종일 찾아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한 관계자는 『평소 하루 5~6건의 수리요청이 접수됐지만 26일 이후 수백명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바람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말했다. 컴퓨터AS 전문업체인 서비스뱅크에도 방문 AS건수가 2배 이상 증가했다. 국산 마더보드(주기판)를 사용하는 PC 메이커들도 호재를 만났다. 삼성전자·대우통신·삼보컴퓨터 등은 대만제 마더보드를 사용하는 조립 PC업체에 비해 신속한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 이들은 또 망가진 PC를 이번 기회에 바꾸려는 사용자들로 생겨날 PC 대체수요도 내다보고 있다. 컴퓨터와 무관한 곳도 있다. 바로 할리우드 영화 「바이러스」. 상영 1주일만에 15개 개봉관중 9개가 간판을 내려 흥행에 실패하는 듯 했지만 수입업자와 영화관측은 뜻하지 않은 CIH 바이러스로 반전을 기대하는 눈치다. ◇그림자 정부부처와 공무원들은 이번 바이러스 파동으로 크게 이미지가 훼손됐다. 준비 안된 공무원으로 낙인찍힌 것. 특히 바이러스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정보통신부마저 CIH 바이러스에 걸려 망신살이 뻗쳤다. 산업자원부, 청와대, 외교통상부, 검찰청, 서울시청 등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 네티즌(하이텔ID:ILOVEALL)은 『CIH 바이러스에 걸린 공무원은 전부 퇴출시켜야 한다』며 공무원의 안이한 자세를 비난했다. 컴퓨터에 관한 한 최고라는 말을 듣는 정보기술회사들도 CIH 바이러스 때문에 이미지가 구겨졌다. 이들이 정말 전문가들인지 의심케 할 정도. 전산시스템을 책임지는 SI업체들은 담당기업의 피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있게 나오고 있다. 피해 본 고객이 『바이러스의 피해와 예방책을 충분히 알리지 못했다』고 항의할 경우 책임을 피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PC제조업체중 대만산 마더보드를 쓴 회사들도 바이러스 파동으로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러스에 걸린 대만산 기판은 플래시 메모리가 고장나 아예 기판 자체를 바꿔야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 그러나 이번 바이러스 파동의 최대 피해당사자는 역시 일반 PC 이용자다. 수십만원을 들여 PC를 고쳐야 할 뿐 아니라 PC에 들어 있는 중요한 자료를 송두리째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김상연 기자 DREAM@ /문병도 기자 D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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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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