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술표준 따내라” 국가간 총력전(차세대 이통 IMT­2000)

◎미­일 진영 나눠 전송방식 불꽃대결/우리나라도 동기­비동기 모두개발/“최악 피하자” 상대기술 제휴 활발차세대 이동통신인 IMT(International Mobile Telecommunication)­2000의 국제기술표준을 자국방식으로 이끌기 위한 통신강국들의 노력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통신강국들은 IMT­2000의 국제표준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다음세대 통신 패권이 판가름난다고 보고 기술력, 정치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현재 세력판도는 미국 중심의 북미진영, 일본, 유럽진영이 3파전 양상으로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다만 유럽의 에릭슨과 노키아가 최근 일본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 북미진영을 견제하고 나서 경쟁 양상은 북미진영과 일본의 구도로 변하고 있다. 북미진영은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미국의 퀄컴을 중심으로 모토롤러, 루슨트테크놀러지, 캐나다의 노던텔레콤이 합세를 하고 있고, 일본은 NTT도코모가, 유럽진영은 스웨덴의 에릭슨과 핀란드의 노키아가 세를 이끌고 있다. 북미진영은 IMT­2000의 국제표준으로 기존의 협대역 CDMA(IS­95)시스템을 발전·진화시켜 나가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IS­95를 발전시켜 광대역 CDMA와 호환시켜나가면 된다는 주장이다. 이는 미국이 IMT­2000에 배정된 1.8㎓대의 주파수를 이미 PCS(개인휴대통신)로 사용하고 있는데 따른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주파수 대역폭이 1.25㎒인 기존 IS―95를 토대로 발전시킬 경우 동화상서비스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일본은 광대역 CDMA 기술을 토대로 ITU(국제전기통신연합)의 계획보다 1년빠른 98년까지 표준화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주전선수는 NTT도코모. 일본은 그러나 자국시스템이 국제사회에서 고립화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술문호를 열어두고 있는데 여기에는 미국의 모토롤러, 루슨트테크놀로지 등과 에릭슨, 노키아 등의 유럽업체들도 참여하고 있다. 유럽진영은 광대역 CDMA와 A(Advanced)­TDMA(시분할다중접속) 중 하나의 방식으로 올해 안에 결정할 계획이다. 3진영의 이해관계가 가장 상충되는 부분은 기지국간의 동기방식의 차이. 즉, 북미진영은 기존 PCS와 마찬가지로 GSP(위치추적위성)을 이용한 동기방식을 주장하고 있으나 일본과 유럽진영은 GSP신호가 필요없는 비동기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 3진영은 겉으로는 독자 노선을 고집하면서도 물밑으로는 서로의 기술개발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등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다. 국제표준이 자국과 상이한 방식으로 결정되더라도 뒤쳐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북미진영의 4개사가 IMT­2000의 국제표준 개발을 위해 전세계 표준기구들과 협력하기로 발표했는가 하면 비슷한 시기에 유럽진영의 노키아와 에릭슨도 일본과 공동개발 작업을 한다고 발표한 것도 이때문이다. 또 미국도 일본의 시스템 개발에 모토롤러(단말기), 루슨트테크놀러지(고정국)등을 참여시켜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그동안 개발해오던 동기식방식위주의 표준화 작업에서 비동기식까지 함께 개발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한편 미국은 북미방식을 국제표준으로 삼기 위해 앞서 있는 정치적 영향력을 이용하고 있고 일본도 유럽진영의 지지를 등에 업고 세 부풀리기에 총력을 쏟고 있어 국제 표준이 북미방식과 일본방식 두가지로 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우리정부는 2000년까지 표준규격을 정하고 2000년∼2003년께 IMT­2000의 서비스에 나설 계획인데 표준규격은 국제규격이 결정되는 추이를 봐 가며 최종 결정한다는 자세다. 통신강국들의 세력싸움 틈바구니에서 어떤 방향을 선택해야할지 정부는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백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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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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