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는 24일(현지시간) 2003년부터 올해까지 미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차량결함과 관련된 사망·상해사고 배상청구 1,729건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이 기간 혼다가 NHTSA에 보고한 배상청구 건수는 1,144건뿐이다. 혼다는 2011년 내부직원이 이를 인지하고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무시했으며 2012년 미 당국이 보고누락 가능성을 제기했을 때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회사 측은 이런 내용이 담긴 소명자료를 이날 NHTSA에 제출했다.
혼다의 보고누락 사실은 NHTSA가 최근 대규모 리콜 사태를 빚은 일본 다카타사의 에어백 제품 관련 사고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앞서 3일 NHTSA는 혼다 측에 다카타 에어백 등 부품 결함에서 비롯된 교통사고를 보고하지 않은 의혹에 대한 공식 해명을 요구했다.
미국에서는 2000년 제정된 일명 '트레드 법(Tread Act)'에 따라 자동차 업체에 차량 혹은 부품 결함으로 인한 사망·상해사고 배상청구가 접수되면 이를 NHTSA에 분기별로 보고해야 한다.
혼다는 소명서에서 대규모 보고누락이 부주의한 자료입력과 컴퓨터 프로그래밍 실수, 트레드법 오역 등에 따른 '실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의도적인 은폐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NHTSA 출신 자동차 컨설턴트 앨런 캄은 뉴욕타임스(NYT)에 "이건 기업 차원의 조직적 누락"이라며 "사고 관련 배상청구 건수를 줄이는 만큼 당국이 조사에 나설 가능성도 줄어드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보고누락이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라면서 이번 사태로 혼다는 미 당국의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앤 클레이브룩 전 NHTSA 국장은 "혼다가 물게 될 벌금이 최대 3,500만달러(약 389억원)에 이를 것으로 생각된다"며 "혼다가 이런 일을 벌였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3,500만달러는 NHTSA가 부과할 수 있는 벌금의 상한선이다. NHTSA는 지난달 페라리에 3건의 사망사고 및 결함을 보고하지 않은 혐의로 벌금 350만달러를 부과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