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경칩은 '연인의 날'


3월5일은 경칩이다. 경칩은 한자로 '놀랄 경(驚)'에 '겨울잠 잘 칩(蟄)'을 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풀과 나무에 싹이 트고 겨울잠을 자던 짐승들이 땅 위로 나오려고 꿈틀거린다고 해 생긴 이름이다.


개구리가 동면에서 깨어날 무렵이면 농촌에서는 담배 모를 심고 과일 밭을 가꾸며 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또 학생들은 새 학년 새 학기를 맞는다. 새로운 학급 친구들이 생기고 새로운 담임선생님을 만난다. 싱그러운 새내기들의 미소와 함성이 경칩의 역동성과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그렇기에 경칩의 시기는 진정한 출발의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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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행으로는 경칩을 즈음해 앞뒤로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가 있어서 연인들이 사랑을 고백하는 시기가 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나친 상술로 인해 의미가 많이 퇴색된 것 같다.

우리 옛 선조들에게는 경칩이 바로 '연인의 날'이었다고 한다. 서양 사람들이 초콜릿으로 달콤한 사랑을 표현했다면 우리 조상들은 천년을 산다는 은행나무 열매를 서로 입에 넣어 주며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다고 한다. 은행나무는 암수가 가까이 있지 않아도 마주 보고만 있어도 사랑이 오가고 결실을 맺으니 은행나무는 순결한 사랑을 상징하기도 한다. 1996년 상영된 '은행나무 침대'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천년이 지나 은행나무로 환생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난다는 애틋한 영화였다. 요즘 젊은이들의 만남이 너무 쉽고 즉흥적이지는 않는지 개인적으로 우려가 많이 된다.

천년을 두고 이어지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기대하는 건 너무 지나친 욕심일까. 곧 화이트데이가 다가오지만 그에 앞서 경칩이자 '연인의 날'인 이날 사랑을 고백하고 영원한 사랑을 맹세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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