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폭염의 영향으로 정량보다 적은 휘발유가 주유될 수 있다고 지적(본지)하자 독자들이 보내온 항의성 이메일이다. 감정이 마구 섞인 거친 글부터 마치 아이를 타이르는 듯한 정중한 글까지 표현 방식은 다양했지만 내용은 한결같았다. 왜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쓸데없는 논란을 만드느냐는 것.
정말 그럴까. 휘발유는 특성상 온도 변화에 매우 민감해 1도 오르면 부피는 0.11% 커진다. 요즘과 같은 더운 날씨에 주유를 하면 정상적인 온도에 비해 부피가 커진 기름을 차량에 넣는 것과 같다. 풍선처럼 일시적으로 부풀어 오른 기름은 온도가 정상으로 내려오면 줄어들기 때문에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국제적으로 휘발유가 거래될 때 온도를 항상 15도에 맞추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 독자는 이렇게 따졌다. 주유소의 기름탱크는 지하에 매설돼 있어 항상 15도가 유지된다는 것. 폭염으로 대기 온도가 35도까지 올라도 상관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여름철 무더위가 지속되면 지열 때문에 지하탱크도 열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정부도 사실상 인정하는 부분이다. 또 주유기는 대기에 노출돼 있어서 기름이 뿜어져 나오는 순간 온도가 올라간다. 각 주유소의 주유기에 온도 보정장치를 달아야 한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왔다.
쓸데없는 논란을 만들자는 게 아니다. 적어도 소비자가 알아야 할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지 말자는 것이다. 소비자가 알 권리를 포기하면 주유기 온도 보정장치가 대당 258만원이어서 설치가 힘들다는 정부 측의 주장이 과연 맞는 것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온도에 민감한 휘발유의 특성을 악용해 석유 유통과정에서 부당 이득을 챙기는 사람을 적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겨울철에 온도가 떨어지니 결국 손해는 아니다' '주유기에 온도 보정장치를 달면 비용이 얼마인데, 기름값만 올릴 테니 그냥 놔두라'는 식의 대응이 계속되는 한 소비자들은 항상 정부와 기업에 속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