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일본 소비세 인상의 교훈


우리의 부가가치세에 해당하는 일본의 소비세 인상법안이 지난 6월 하원격인 중의원을 통과했다. 현재 상원인 참의원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야당인 자민당의 지지를 얻고 있어 이달 중 가결이 유력해 보인다.

소비세는 일본 정치사에서 계륵과 같은 존재다. 국내총생산(GDP)의 235%에 이르는 국가 총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소비세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지만 총대를 멘 정치인들에게는 정치적 무덤이다. 1978년 처음 도입이 논의된 이후 두 번에 걸친 정권교체와 여덟 차례의 내각붕괴도 소비세 때문에 초래됐다. 이번에도 현 집권당인 민주당이 치른 정치적 비용은 엄청나다. 이미 한 차례 내각붕괴를 경험했고 당도 쪼개졌다. 차기 선거에서 재집권 가능성은 이미 물 건너간 듯하다.

늘어난 세수 사회보장에 써 저항 극복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소신을 관철한 노다 요시히코 총리의 정치적 결단은 일단 높이 평가할 만하다. 특히 '표(標)퓰리즘'을 걱정해야 하는 우리 현실을 감안하면 그렇다. 그러나 내용만 보면 이번 소비세 인상은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를 그리고 만 격이다. 현재의 세율 5%를 15%까지 올리려고 했지만 10%에 그쳤다. 그것도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되물릴 수 있다는 단서가 붙었다. 당초 소득세ㆍ상속세 등 다른 세목을 포함한 '일체 개혁'을 의도했지만 야당과의 정치적 타협과정에서 무산됐다. 이러다 보니 이번 소비세 인상이 부채 문제 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일본 정부 스스로도 최상의 시나리오를 가상해도 오는 2020년 재정수지 균형 목표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자체분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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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번 소비세 인상은 정치적 난제해결의 실타래를 풀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소비세 인상은 특히 고령층에게 인기가 없다. 젊었을 때 축적한 저축이나 연금 외에는 별반 소득이 없는 노인들이 생활비 부담을 주는 소비세 인상을 좋아할 리 없다. 실제로 소비세 인상 가능성에 자극 받아 그런지 일본에서 고령층의 정치참여는 매우 활발하다. 60세 이상 고령자는 유권자의 37%를 차지하는데 투표참여율은 이보다 높다고 한다. 집권당이 참패했던 2년 전 참의원 선거에서 총투표자 중 60세 이상 고령자의 비중은 45%에 달했다.

그러나 이번만은 다른 듯하다. 일본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히려 고령층이 이번 소비세 인상에 찬성하고 있다고 한다. 소비세 인상에 따른 세수증가분을 연금ㆍ의료ㆍ노인요양 등 사회보장비 지출에 한정시켰기 때문이다. 경제논리로는 최선이 아니지만 일본보다 빠른 고령화로 일본보다 빠르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복지지출 재원을 걱정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복지지출 급증 우리도 적극 검토를

부가가치세는 경제에 부작용이 가장 작은 세목이다. 경기변동에도 불구하고 가장 안정되게 세수를 확보해준다는 장점 또한 있다. 따라서 증세가 불가피하다면 부가가치세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독일ㆍ영국ㆍ스페인ㆍ이탈리아 등 많은 유럽 국가들도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다른 세목을 손대기 전에 부가가치세를 인상했거나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이번 일본 사례는 소득역진적인 부가가치세 인상도 제대로 설계된 맞춤형 지출 프로그램과 동시에 제시한다면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가가치세 인상이 필요하다면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우리도 일본처럼 고령층이 정치판도를 가르는 세력이 될 수 있는 날이 곧 도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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