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회장-강철규공정위장 14일 회동 관계개선 단초될까
이건희 삼성 회장과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만나 경제회생을 위한 정ㆍ재계 협력방안을 논의한다.
양측은 그동안 재벌 개혁이란 대명제를 놓고 상당기간 불편한 관계를 지속해왔기 때문에 '만남' 자체로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부는 부인해왔지만 재벌정책이 결국 삼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고, 삼성 입장에서도 공정위에 적지 않은 불만을 표출해왔다. 화해의 자리가 될 수 있느냐에 대한 성급한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현 시점에서 양측 모두 상대방으로부터 흡족할만한 선물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껄끄러운 관계를 불식시킬 수 있는 단초는 마련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재벌 정책에 대한 입장차는 여전하다.
LG나 SK처럼 공정위가 줄 '선물'도 마땅치 않다. 삼성전자의 핵심 현안이었던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 문제는 이미 일단락됐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의 주문에는 '삼성 CEO(최고경영자)'로서가 아니라 재계 전체가 원하는 규제 완화 등의 내용이 주로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우선 삼성전자 등 국내 핵심 기업들의 글로벌 위상에 대해 설명하고, 우리 기업들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기업들이 적대적 M&A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에 대한 정부 당국의 보다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 위원장은 이에 대해 의결권 축소와 출자총액제한제도가 재계를 옥죄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현안 문제에서는 양측간에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남아 있는 삼성에버랜드의 지주회사 요건 해소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해 이달말까지 25개 지주회사의 요건 충족여부를 일괄 심사해 시정 명령 등이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에버랜드도 같은 모양새로 매듭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정명령을 내리되 전례대로 1년여의 유예기간을 주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에버랜드가 지주회사를 만들려는 의도는 없었던 점과 법규정상 비금융사 지분 해소에 대한 유예기간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삼성측도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일단은 만족하는 분위기다.
김영기 기자 young@sed.co.kr
입력시간 : 2004-06-13 1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