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정보화시대와 안전불감증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대표>

[기고] 정보화시대와 안전불감증 안철수 안철수 사람들은 무엇이든 잃고 난 후에야 그 소중함을 새삼 깨닫고 미리 대비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잃어버렸을 때 가장 큰 문제가 따르는 것은 시대에 따라 다를 텐데 고대사회에서는 식량이었을 것이고 산업사회에서는 기계였을 것이다. 그리고 지식정보 사회인 현대에서는 정보, 보다 구체적으로는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일 듯싶다. 몇 년 전에 일어났던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붕괴 사고는 설비투자에만 신경 쓰고 유지보수에 소홀한 데 원인이 있었다. 만들어놓고 사용하기만 했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정기적으로 꼼꼼하게 점검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은 유지보수 비용의 몇 십 배, 몇 백 배의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정보기술(IT)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의 일들이 일어났다. 지난 99년에 발생한 ‘CIH 바이러스 대란’과 2003년에 발생한 ‘1ㆍ25 인터넷 대란’이 그것이다. CIH 바이러스 대란 때는 세계 최고의 피해국가가 됐고 1ㆍ25 인터넷 대란 때는 국가 전체의 인터넷망이 마비되는 세계 유일의 나라가 됐다. 컴퓨터를 구입하고 인터넷을 연결해 사용하는 데만 신경 쓰고 컴퓨터 바이러스에 대한 기본적인 대비책이나 정보보호에 대해서는 소홀하다 보니 국가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것이다. 우리나라가 IT 분야뿐만 아니라 거의 전분야에 걸쳐 위험관리에 취약한 이유는 우리 모두의 안전불감증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설마 나에게 큰 일이 일어나겠느냐’는 안이하고도 근거 없는 낙관적 생각이 큰 화를 부르는 것이다. 또한 지난 몇 십 년 동안 경제발전 과정에서 선진국들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이 계속 뛰어왔던 것도 이러한 사고방식을 굳어지게 하는 데 일조한 것 같다. ‘발전을 위해 어느 정도의 위험은 감수한다’는 식이다. 우리의 규모가 작았을 때는 이러한 사고방식이 우리의 발전을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된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위험을 감수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기에는 우리의 산업규모가 너무나 커져버렸다. 한번 사고가 나면 피해규모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가 된 것이다. 따라서 지금보다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마인드를 바꿀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위험감수(risk taking)’의 마인드에서 ‘위험관리(risk management)’의 마인드로 말이다. 이러한 마인드의 전환이 없는 한 앞으로도 대구 지하철 참사와 같은 더 큰 규모의 사고가 재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IT 분야의 정보보호도 같은 맥락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제 개인용 컴퓨터는 귀중한 개인정보와 업무자료를 보관할 뿐만 아니라 인터넷뱅킹, 전자상거래, 커뮤니티 활동 등 정보화 사회를 이루는 중요한 기반이 됐다. 또한 인터넷은 없으면 조금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전화만큼, 어쩌면 전화보다도 더 중요한 국가기간망으로 자리잡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용 컴퓨터의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거나 파괴될 때, 또는 인터넷 접속이 지장을 받을 때 입을 수 있는 손실의 폭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보보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옛날 선조들은 집의 대문을 잠그고 다니지 않아도 됐다. 그러나 각 가정마다 소유하고 있는 재산이 늘어나고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모든 사람들이 외출할 때 문을 잠그는 것이 습관화됐다. 이제는 더 이상 문을 잠그는 것이 필요없다고 생각하거나 시간이 걸리고 귀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뿐만 아니라 거의 무의식적으로 문을 잠그고 다니게 된 것이다. 정보보호도 처음 시작하는 입장에서는 시간이 들고 귀찮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정보보호는 컴퓨터를 사용하는 방법을 익榻?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며 귀중한 자신의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길임과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커다란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앞으로는 이러한 생각을 갖는 사람들만이 정보화 사회에서 앞서갈 수 있을 것이다. 입력시간 : 2004-10-17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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