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가 대형병원 의사들에게 술이나 식사는 물론 골프접대를 과도하게 했다면 경품이나 세일을 남발하는 백화점처럼 부당하게 고객을 유인하는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세계적 제약사인 M사의 국내 현지법인이 전국의 100여개 주요 대형병원의 의사 및 직원들을 상대로 500여 차례에 걸쳐 술, 식사, 골프 등을 접대한 행위에 대해 가격이나 품질이 아닌 면식에 의한 접대를 통해 제품선택을 유인한 것이라며 이같이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공정위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M사는 지난 98년 4월부터 2000년 12월까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강남성모병원, 서울대병원 등 전국의 100여개 대형병원의 의사 및 직원들을 상대로 모두 547차례에 걸쳐 술, 식사, 골프 등을 접대하며 2억4,000여만원을 지출했다.
공정위는 결정문에서 "기본적으로 사업자는 상품의 가격, 품질 및 서비스로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M사가 병원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지출한 경비는 술, 골프접대 등을 위한 것으로 통념상 정상적 상관례로 인정될 수 없고 과도하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어 "과도한 접대는 병원이 악품을 선택할 때 가격, 품질에 따라 제품을 결정하기 보다는 접대에 따른 면식정도에 따라 제품을 선택하도록 유인한 행위로 인정돼 부당하게 경쟁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M사에 대해 "약품을 종합병원 등에 납품하면서 의약품 채택 및 처방량 증대 등을 통해 판매를 늘릴 목적으로 의사 등에게 정상적 거래관행에 비춰 부당하거나 과대한 이익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병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