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애는 뜨겁다. 그리고 강인하다. 견디기 힘든 가난 속에서도 꽃을 피우고 마는 것이 바로 그 본능적 사랑이다.
이런 애처러움과 끈질김은 오랜만에 소설집을 낸 공선옥씨의 작품에서 또 다시확인된다. 그의 새 소설집은 「내 생의 알리바이」(창작과 비평사). 이는 지난 94년 「피어라 수선화」 이후 4년만에 낸 작품집이다.
공씨는 이 소설집의 여러 작품에서 자신을 괴롭혀온 아동일시보호소 경험을 들려준다. 자신의 아이를 아동보호소에 맡긴 과거에 대한 회한어린 고백인 셈이다.
모두 11편의 단편 중 아동보호소 이야기를 담은 작품은 <어미>와 <술 먹고 담배피우는 엄마>, <내 생의 알리바이> 등. <어미>는 남편이 술집여자와 도망친 뒤 뱃속의 아이를 키우는 주인공이 갓 태어난 아기를 입양 전 단계인 아동보호소에 맡기고 나서 밤새 울다가 되찾아오는 과정을 눈물겹게 그렸다.
<술 먹고...>도 마찬가지. 서울에서 돈벌이하는 주인공이 고향의 아동보호소에맡긴 아이가 아프다는 연락을 받고 밤열차로 귀향하던중 털복숭이 남자와 수작을 주고받는 내용을 담았다.
<내 생의 알리바이>는 인간의 내면과 외면의 이중성을 자백한 작품이다. 주인공은 아이를 아동보호소에 맡긴 사람이 친구이고 자신은 보증인이라고 스스로 주장한다. 그러나 주인공의 이런 주장은 아픈 과거를 지우고 새롭게 살고자 하는 자신의처절한 몸부림임이 드러난다.
91년 「창작과 비평」 겨울호에 중편 <씨앗불>로 등단한 공씨는 그동안 여성의운명적 삶과 모성을 주로 그려왔다. 이번 소설집에 나오는 <모정의 그늘>, <어린부처>도 그런 류의 작품이다.
<모정의 그늘>은 파출부가 실업자 아들을 위해 쏟는 모정을 해학적으로 그렸고,<어린 부처>는 남편과 이혼하려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아이들의 태도를 모성의 눈으로 관찰했다.
공씨는 후기에서 "IMF가 오기 훨씬 전에 개인적 파산을 맞고 아이들을 아동보호소에 보낸 일이 있다"면서 "작가로서보다는 엄마로서 평범하지만 정직하게 살고자한다"고 다짐했다.
그는 소설집 외에 「오지리에 두고 온 서른살」(93년) 「시절들」(96년) 등 장편도 내놓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