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승자의 저주 경계감에 먹거리 창출도 한계

●보험 M&A 왜 말만 무성한가<br>매수자 우위 시장 분위기에 가격협상 뜸들이기만<br>동양생명 인수 막판교섭 불구 유찰 가능성도 언급<br>"매물 관심 표명 많지만 상당수가 허수" 지적도


인수합병(M&A) 이슈가 동시다발적으로 여기저기서 터졌기 때문일까. 좌판(시장)에 올라온 생선(매물)이 많아지면서 인파도 몰려 파는 쪽이나 사는 쪽이나 흥정(협상)에 대한 기대감은 커졌지만 마무리가 되지 않고 있다. 서로가 주판알을 굴리며 뜸만 들이는 형국이다.

바로 요즘 보험업계 M&A시장을 두고 하는 얘기다.


동양생명 인수를 놓고 보고펀드와 대한생명 간의 가격협상은 판이 늘어지면서 유찰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고 이런 와중에 대한생명의 경쟁자였던 푸르덴셜생명은 ING생명 인수로 방향을 틀었다. 신선하고 우량한 매물로 평가되는 동양생명이 사실상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이니 다른 매물의 형편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ING생명도 눈길을 주는 이가 많지만 정작 급한 것은 아태법인을 팔아 공적자금을 갚아야 하는 ING생명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기 이후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매물을 거머쥐었던 인수자가 결국 낭패를 보는 '승자의 저주'가 적지 않았던 만큼 베팅에 대한 경계감이 M&A시장에 무겁게 깔려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 보험시장도 성숙단계에 진입해 가격이견을 좁히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보험은 매수자 우위 시장, 성사 어려워=현재 동양생명의 보고펀드는 주당 2만3,000원을, 대한생명은 애초 제시안보다 4,000원 올린 주당 2만1,000원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하고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협상타결을 위한 공은 보고펀드로 넘어간 상황으로 보인다. 이는 대한생명이 더는 양보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매수자가 우위에 있다는 의미다. 보고펀드 입장에서 보면 협상을 접고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있지만 매물을 묵힐수록 가격이 더 떨어지고 동양생명 조직의 전열도 흐트러질 수 있어 고민이 적지 않다. 동양생명 인수 건은 이르면 이달 중순 가닥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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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생명의 인수전 구도는 다른 매물에 적용해도 큰 무리가 없다.

ING생명의 아태법인에 관심을 표명한 KB금융지주∙삼성생명∙교보생명∙AIA그룹∙푸르덴셜생명 등도 대부분 보수적으로 인수전에 임하고 있다. 한 생명보험사의 고위 관계자는 "꼭 ING생명을 인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입장이 아닌 만큼 무리해서 살 생각은 없다"고 설명했다.

◇말만 무성한 잔치될 수 있어=보험업종은 기본적으로 성숙시장이다.

은퇴시장이 새롭게 부각되고는 있지만 은행∙증권 등 금융계 전반의 치열한 경쟁구도와 규모 대비 많은 시장 플레이어를 감안하면 새로운 먹거리에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인지 ING생명 인수전에 명함을 올린 업체 중에는 허수가 상당수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본격적인 인수협상이 진행되면 알맹이를 도출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신안그룹과의 협상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16일까지 경영개선계획서를 다시 제출해야 하는 그린손해보험, 에르고다음다이렉트 등 손해보험사 쪽으로 눈을 돌리면 더 심각하다. 단순한 관심 수준을 표명하는 것에서 더 나간 업체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손보사의 고위 관계자는 "과거 한화손보에 합병된 제일화재∙롯데그룹이 인수한 대한화재 이후로는 매력적인 매물이 없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라며 "라이선스를 획득할 수 있다는 점 말고는 딱히 눈이 갈만한 조건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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