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투자가들 "이젠 ET다"

IT위주서 관심분야 점차 이동"IT(정보기술)에서 ET(에너지기술)로" 아직 선뜻 와닿는 주장은 아니지만 미국내 일부 투자가와 업계로부터 나오는 목소리다. 'IT시대에서 ET시대로'라는 흐름을 이른바 '메가 트렌드'(거시적 추세)로 규정하는 그룹의 시각은 무엇보다 닷컴 업체 몰락 및 나스닥 폭락이 그 출발점. 이들은 90년대 미국의 성장을 이끈 정보기술산업 발전이 주춤하면서 에너지기술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외치고 있다. 영국의 경제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이 같은 경향을 보도하고 "ET 분야가 최근 수렁속에 빠진 IT업계를 대신해 미국내 투자가들의 새로운 대안으로 등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ET 분야 뜨고 있나=닷컴 기업의 몰락으로 상징되는 IT업계의 최근 어려움은 이미 주지의 사실. 이코노미스트지가 일부 투자가들의 말을 인용, 그 대안으로 제시한 ET 기업군(群)은 마이크로파워와 연료 전지를 비롯 마이크로 터빈, 재활용품, 정밀측정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다. 과거 닷컴기업들이 받던 스폿라이트가 ET분야로 옮겨가는 가장 뚜렷한 가시적 현상은 투자금의 급증. 벤처 자금의 경우를 보면 지난 95년 거의 전무(全無) 상태였던 것이 해마다 크게 늘어 지난 99년 4억달러, 2000년에는 연 165%가 치솟아 12억 달러에 육박했다. 주요 투자사를 보면 영국 임팩스 캐피털, 스위스의 서스테이너블 애셋 매니지먼트 등 미국 이외 유럽의 알려진 창업투자사들이 대거 끼어들고 있다. 몇 년전만해도 존재도 몰랐던 분야에 돈을 쏟아 붓는 회사들은 물론 외국계 창투사들뿐만 아니다. 메릴린치와 J.P모건이 나서고 있으며 빌 게이츠 등 IT업계의 거목들까지 한 몫을 하고 있다. 가장 최근으로는 지난 24일 투자의 귀재 벅셔 헤서웨이사 워렌 버핏 회장이 이 분야에 100억 달러 투자를 선언, 눈길을 끌었다. 이 같은 추세로 ET 기업들의 뉴욕 증시 상장(IPO)는 죽을 써온 닷컴 기업들과는 달리 지난해에도 지속적으로 늘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에서는 그러나 이 같은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 같은 주장을 하는 측 추산에 따르면 미국시장에서 ET분야에 유입된 전체 투자금 40~50억 달러중 현재 잔여 가치는 20억 달러. 닷컴 기업들의 경우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하지만 위험성은 상존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직접 계기는 가주(加州) 전력난, 대표 기업은 어딘가= 연료전지사인 플러그 파워사가 미 증시에 상장, ET 분야 투자 자금 증가를 촉발시킨 건 지난 99년 11월. 전문가들은 이때를 'ET'라는 개념이 시장에서 정착하기 시작한 원년(元年)으로 잡고 있다. 그러나 ET가 실제 시장에서 일반으로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결정적 계기는 캘리포니아주의 전력난이란 데 큰 이견이 없다. 전기사들의 민영화로 캘리포니아주 전체가 혼돈의 국면으로 빠져들며 전력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자 투자자들은 물론 시장 전체가 전력 관련 업체들에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현재 연방정부와 주정부들은 전력 증산을 위해 각종 규제를 철폐하기 위한 입법을 서두르는 등 에너지 회사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사업 환경이 조성되며 ET붐 조성에 일조를 하고 있다는 것. 그 혜택을 십분 활용하는 대표적 회사가 카터필라사와 캡스톤사. 세계 최대 디젤 발전기 업체인 카터필라와 마이크로터빈제조사인 양사는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 최근 매출이 급증하는 등 영업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디젤 엔진이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건 말건 전기가 끊기는 것 보다는 낫다는 미국인들과 업계의 위기 의식이 에너지 관련 회사들에게 천군만마의 힘을 실어주며 투자자들을 당기고 있는 상황이다. 홍현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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