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금산의 '금수강산 가꾸기'

황원갑 <소설가ㆍ한국풍류사연구회장>

지난달에 충남 금산에 다녀왔다. 진악신문 편집국장으로 있는 동료 소설가 김동권씨의 초청을 받아 선배 소설가 오찬식씨와 함께 다녀왔다. 오는 2006년 이곳에서 대규모로 펼쳐질 금산세계인삼엑스포의 주행사장이 될 금산인삼센터와 갖가지 인삼제품이 즐비한 상가를 돌아본 뒤 김행기 군수를 만났다. 김 군수는 방금 산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는 지금 금산은 ‘금수강산가꾸기운동’을 벌이고 있다면서 이왕 내려온 길에 금산의 아름다운 산꽃들을 구경하고 가라고 권했다. 민관 일심동체로 사업추진 그래서 군청에서 내준 지프로 갈아타고 보곡산골을 한바퀴 돌아봤다. 보곡산골은 금산군 군북면 산안리ㆍ상곡리ㆍ보광리 등 3개 마을을 둘러싼 산골짜기를 가리키는데 충남의 최고봉인 서대산을 비롯해 천태산과 국사봉을 끼고 있으며 어디를 보나 갖가지 들꽃들이 울긋불긋 아름다운 꽃밭을 이루고 있어 장관이었다. 그런 까닭에 이 고을 이름이 ‘비단의 산’이 아닌가. 보곡산골 곳곳을 아름다운 꽃동네로 장식하고 있는 들꽃의 종류는 다양했다. 생강나무꽃ㆍ진달래ㆍ철쭉ㆍ산벚꽃ㆍ조팝나무꽃 등에 이어 5월로 들어서는 산딸나무ㆍ병꽃나무꽃 등이 만개해 있었다. 여러 산꽃ㆍ들꽃이 모두 나름대로 수줍음 많은 산골 색시처럼 순박하면서도 고운 색깔과 자태를 지니고 있어 마치 향기 좋은 술을 마실 때 입이 즐겁듯이 그지없이 눈이 즐거웠다. 특히 여기저기서 노랗게 만개한 생강나무 꽃밭이 눈길을 끌었다. 생강나무는 산동백이라고도 하고 그냥 동백 또는 동박이라고도 부른다. 어머님께 들은 이야기로는 옛날에 여인네들이 이 생강나무 열매를 짠 기름으로 머리에 바르던 것이 바로 ‘동백기름’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저 남쪽 해안과 섬 지방에서 초봄에 피어나는 동백꽃, 이미자의 노래 ‘동백아가씨’로 널리 알려진 그 동백꽃과는 다르다는 말이다. 꼬불꼬불한 금산 보곡산골 이 고개 저 굽이를 비록 주마간산 격이나마 두어 시간에 걸쳐 한바퀴 돌아보고 내킨 길에 이웃 골짜기인 제원면 신안리 화원동의 임금님조팝꽃동산까지 찾아봤다. 무려 10만평에 이르는 넓은 산기슭이 온통 조팝나무ㆍ꼬리조팝나무의 꽃밭이었다. 보곡산골의 조팝나무꽃밭도 아름다웠지만 화원동의 임금님조팝나무꽃동산은 초록빛 천태산을 배경으로 새하얀 메밀밭처럼 또는 소금을 뿌린 듯 일대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금산군은 지난 98년부터 7단계에 걸쳐 금수강산가꾸기사업을 펼치고 있다. 1단계는 아름다운숲가꾸기, 2단계는 금수강산가꾸기, 3단계는 1,000개의 자연공원가꾸기, 4단계는 경관목가꾸기, 5단계는 자연의꽃밭가꾸기, 6단계는 정자세우기, 7단계는 명목가꾸기 등이다. 금산은 평지에 비해 산지비율이 71.5%로 충남에서 최고라고 한다. 해발 500㎙ 이상의 고산 18개가 병풍처럼 빙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분지가 곧 금산이다. 따라서 품질 좋은 인삼의 재배 및 유통지로 우뚝 서게 됐고 전국적인 약령시장으로 발돋움하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임목, 즉 숲과 나무가 적은 것이 커다란 흠이었다. 이를테면 1㏊당 임목의 비율이 전국평균은 60㎡, 충남평균은 49㎡인 반면 금산은 33㎡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산림자원을 극대화하기 위해 추진 중인 자연환경의 자원화사업이 바로 금수강산가꾸기 7단계 사업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투자의 우선순위를 이 사업에 두고 군청 행정조직도 이 사업에 맞춰 개편했다고 한다. 이를테면 식수담당을 금수강산가꾸기담당으로 바꾸고, 전담팀을 구성해 운영하며, 꽃과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구성해 운영을 지원하는 것 등이다. 김동권씨는 이렇게 보충설명을 했다. 다른 고장서도 본받았으면 “우리가 방금 돌아본 보곡산골이 비포장도로로 그냥 있는 이유도 금수강산가꾸기 철학의 한 단면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아스팔트와 시멘트ㆍ콘크리트로 뒤덮이지 않은 자연친화적ㆍ환경친화적 금수강산을 가꾸자는 뜻이 담겼다 그 말이지요.” 또한 1,000개의 자연공원가꾸기사업 가운데서도 이미 777개소가 가시화됐고 1,200만평의 자연의 꽃밭가구기, 경관목과 명목가꾸기, 22개소의 정자세우기사업도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고 덧붙인다. 이 금수강산가꾸기사업이 마무리되면 금산은 인삼의 고장, 건강의 고장에서 아름다운 자연환경의 고을로 거듭 태어날 것이다. 금산이 이처럼 금수강산가꾸기사업을 관민이 일심동체가 돼 추진하고 있는 것을 다른 많은 고장에서도 본받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우리나라 전체가 그동안 무분별한 개발과 오염과 훼손으로 잃어버린 말, ‘반만년 역사를 자랑하는 금수강산 삼천리’라는 자부심을 되찾을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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