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이슈 앤 뷰] 사면초가 빠진 이통사

통신시장 정체인데 신사업은 지지부진<br>脫통신·수익원 발굴 외치지만 CEO 권한·주어진 시간 불충분<br>보조금 통한 점유율 경쟁 되풀이


'법(신사업 성과)은 멀고, 주먹(불법 보조금)은 가깝다.' 이동통신사들이 정체된 통신시장의 한계를 뚫고 비상할 수 있는 탈출구를 찾지 못해 고민에 빠졌다. 겉으로는 새로운 수익원 발굴을 위한 신사업 투자를 외치지만, 단기 성과에 매여 불법 보조금을 통한 점유율 경쟁의 유혹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형국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시행된 지 100일이 훌쩍 지났지만, 시장점유율을 지키고 끌어올리기 위한 불법 보조금의 악순환은 단절되지 않았다. 지난 달 19일 대규모 불법 보조금 살포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조사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지난 달 28일 새벽에도 불법 보조금이 뿌려졌다. 30만~40만원의 리베이트를 더해 아이폰6를 15만원 안팎에 판 것이다. 이통사들은 소모적인 점유율 경쟁을 끝내고, 플랫폼·앱세서리·헬스케어 등 비통신 분야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통사 CEO에게 주어진 시간과 권한은 성과를 내기에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SK텔레콤은 최근 2년간 의료 진단기기 제조업체인 나노엔텍, 보안서비스 업체 NSOK, 스마트 음향기기 제조업체인 아이리버 등을 인수하는 등 상당히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신규사업과 기타 매출은 전체의 8%가량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또 4분기 순익이 늘어난 것은 온전히 SK하이닉스의 덕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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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회장이 바뀐 초기에는 본업인 통신에 집중하면서 관련 사업으로 다각화를 추진하고 이후 신규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다가 회장이 바뀌면 다시 본업인 통신으로 돌아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황창규 KT 회장은 취임 후 이석채 전 회장이 문어발식으로 확장했던 사업에서 철수를 선언하고 본업인 통신에 힘을 싣겠다고 밝혔다. 비통신 분야인 KT렌털·KT캐피탈 등 자회사를 매각하기 시작했다. 황 회장은 비통신 사업을 정리하면서 통신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스마트 그리드, 헬스케어 등의 사업 강화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남은 2년이라는 시간이 신규사업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기에 충분치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LG유플러스도 신규사업 진출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이상철 부회장은 '탈통신'을 부르짖으며 사업확장을 선언했지만, 시장점유율 확대에만 혈안이 돼 있다. 최근 의욕적으로 나섰던 소셜 커머스업체 티켓몬스터 인수전에서 발을 빼는 등 이렇다 할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남곤 유안타 증권 애널리스트는 "통신요금에만 의존하는 천수답 수익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좀 더 과감한 투자와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능현 기자 nhkimc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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