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 칼럼] 격랑 속 한반도 정세, 전화위복 삼길

신묘년 새해를 맞았다. 집권 4년 차가 되는 현 정부는 새해에 다뤄야 하는 많은 현안 가운데 아주 중요한 소수의 목표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큰 그림을 놓치지 않고 집권 후반기를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멀리 미국에서 바라볼 때 올 한 해에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한반도 통일에 대한 총체적이면서 완전한 대비책 마련인 것 같다. 미국의 동북아 전문가들을 만나보면 강경파ㆍ온건파를 떠나 많은 한국 전문가들이 북한 문제가 더 이상은 이대로 끌고 갈 수 없다고 진단한다. 그들은 한반도 문제에서 마치 터지기 일보직전의 기구마냥 팽팽한 기운을 느끼고 듯이 보였다. 중국의 신진 전문관료 사이에서도 북한문제가 중국의 의지대로 끌고 가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적절한 선에서 북한문제를 양보하는 대신 미국으로부터 중국주변의 다른 쪽에서 실리를 챙기려는 현실론자가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한국사회도 천안함, 연평도 도발 등 일련의 사건에 정부가 미흡하게 대응한 것에 대한 반발여론이 커짐에 따라 정부입장에서 강경 대응하기에 가장 어려운 요인인 민심이 역설적으로 정부의 운신 폭을 넓혀주었다. 또 주목해야 할 점은 탈북자의 증가, 대북 전단살포, 인터넷, 휴대폰 등으로 외부세계와 북한주민과의 연결이 늘어남에 따라 북한 내부의 민심이 동요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반도 주변정세가 소용돌이치고 있다. 이런 큰 변화 속에 북한을 자극하면 안 된다는 우려로 한반도 통일 대비책을 소홀히 하면 한국은 모처럼 기선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잃고 주변강국에 끌려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통일비용ㆍ난민문제 등 혼란의 요소를 걱정하면서 지금의 한국경제가 부담하기 어렵다고 부정적인 시각을 갖는 학자나 정부관계자가 여전히 많은 것 같다. 인위적으로 흡수통일을 하는 것도 무리가 따르지만 다가오는 변화의 기회를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보며 소홀하게 다룬다면 이 또한 더 큰 우를 범하는 것이다. 남북통일이 앞당겨지면 북한주민들이 고통에서 더 빨리 벗어날 수 있다는 인본적 가치는 말할 필요도 없을 뿐 아니라 경제적 가치를 분석해도 치러야 할 비용보다 더 큰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일례로 높은 인건비와 경쟁력 저하로 고민하는 많은 한국기업으로서는 같은 언어ㆍ문화권으로서 우수한 DNA까지 공유한 인적자원을 중국이나 동남아보다 더 경쟁력 있게 확보할 기회를 갖게 된다. 또 중국이라는 세계 최대시장과 육로로 러시아 유럽 전세계로 이어지는 교두보를 확보함으로써 동북아의 허브로 자리잡을 수 있는 요건을 갖추게 된다. 새로 건설될 사회 간접시설, 도시 인프라, 생산 시설 등은 60년을 훌쩍 건너뛰어 아무것도 없는 백지에 새로운 첨단 기술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회를 가짐으로써 투자대비 생산 효율성이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해외투자자나 글로벌 기업 시각에서 볼 때 더욱 의미 있는 것은 남북 대치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없어진다는 점이다. 이것 하나를 통해 얻어지는 한국경제의 가치 상승분만으로도 통일로 야기되는 비용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들이 해외에서 M&A로 높은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생산기지, 판매망, 시장을 단시간 내에 확보해 시간을 벌듯이 통일비용을 두려워하지 말고 다가오는 변화를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포스트 한반도에 대한 비전과 그에 대한 전략 대비책을 철저히 준비함으로써 세계 선진국 5위권으로 올라갈 수 있는 스프링 보드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돌발사태에 순발력 있게 대응할 수 있는 위기관리, 주변강국 외교 이외에 각 부서별로 통일 이후의 법규, 경제개발계획, 국토ㆍ도시 및 산업단지개발, 교육 등에 대한 대비책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몇십년 걸려도 풀리지 않을 것 같은 한반도 문제가 여러 정황을 볼 때 우발적인 사건으로 짧은 기간 내에 통일이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준비해야 한다. 오는 2012년에라도 상황이 급진전될 수 있다는 긴박한 심정으로 총체적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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