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융복합 농업에서 길 찾자

임상종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생존의 첫 번째 조건은 신속한 적응이다. 농업도 예외가 아니다. '농자천하지대본'만을 외치며 단순한 먹거리와 식료품 생산에 의존해 생활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미 세계 산업구조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서비스산업이 50%에 육박하는 시대다. 농업도 1차산업을 넘어 다원적 기능을 수행하는 6차산업으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6차 산업'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0년대 중반으로 일본 도쿄대 이무와라 나오미 명예교수가 농업ㆍ농촌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제창했다. 1차산업인 농업이 2차산업(가공 식품제조), 3차산업(유통 판매 서비스 관광 등)까지 영역을 확대해 '1차×2차×3차=6차'로 부가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협경제연구소가 발간한 '일본의 농업ㆍ농촌 6차산업화 현황과 시사점'에 따르면 일본은 6차산업화를 지원하기 위해 농업ㆍ농촌 6차산업화법을 제정하고 농림어업성장산업펀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지원을 바탕으로 농업ㆍ농촌 6차산업화의 경제적 효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6차산업을 통한 판매 규모는 1조7,213억엔(약 20조원)에 이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중점 추진 사항 중 하나로 6차산업화를 꼽았다. 단순 생산이나 1차 가공에서 탈피해 생산과 저장ㆍ가공ㆍ유통ㆍ관광(체험)을 유기적으로 연계함으로써 지속적 소득 창출이 가능하고 농가에 소득이 환원되는 차별화된 농산업 비즈니스모델로 농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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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홍성에는 농업을 가공ㆍ유통ㆍ관광ㆍ교육산업 등과 유기적으로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낸 거북이마을이 있다. 마을에는 전통놀이, 농사 체험, 고택에서의 하룻밤 등 농촌생활과 문화 체험을 고루 갖추고 있어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이 마을은 농산물 판매와 지역 특색을 살린 가공식품, 그리고 농촌 전통 자원을 이용한 체험을 교육사업과 연계해 6차산업을 뛰어넘는 국가 희망산업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렇듯 농촌을 국민에게 희망과 행복을 주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농촌과 농업인에게 이익이 되돌아오는 구조가 우선시돼야 한다. 근간이 되는 1차산업, 즉 농업이나 농촌이 쇠퇴한다면 '0×2×3=0'으로 6차산업은 성립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기반이 조성되면 고용 창출을 도모할 뿐 아니라 고령자 노동력을 활용함으로써 일자리와 삶의 질이 보장되는 행복농촌으로 거듭날 수 있다.

또 무궁무진한 농촌 자원을 6차산업화의 밑거름으로 활용해 농업의 새로운 가치를 발굴해야 한다. 가공ㆍ유통ㆍ관광ㆍ교육 등이 융합된 콘텐츠를 제공해 자연경관과 먹거리 중심의 국내 관광 문화에서 체험과 교육의 선진형 문화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농촌의 융복합 산업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농업ㆍ농촌이 갖고 있는 가치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게다가 지역 농가와 리더의 협력, 농가 스스로의 의지와 열정, 농산업화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이렇듯 정부의 지원과 국민적인 지지, 농업인의 의지가 함께하면 농업ㆍ농촌의 다원적 가치가 국민행복의 새 시대를 여는 중심 동력이 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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