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지적재산권의 빛과 그림자

얼마 전 한 연예프로그램에서 모 인기 그룹의 멤버가 낸 솔로앨범이 13만장을 돌파했다는 이야기를 접했다. 초고속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콘텐츠의 불법복제가 공공연해지고 음반시장이 파격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 앨범이 10만장 이상 팔렸다는 것은 이렇듯 평범한 얘기가 아니다. 수년 전 100만장 판매량을 넘기는 가수가 가요대상을 휩쓸고는 하던 장면을 떠올려보면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SW시장, 반도체·차 추월 예고 어쨌든 이 가십(gossip)의 결말은 그 가수의 다음 음반을 듣기 위한 팬클럽 회원들이 벌인 ‘1집 10만장 사주기 운동’의 결과였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러한 긍정적인 소식도 음악이 엔터테인먼트였기에 가능한 이야기일 것이다.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이나 영상과 같은 엔터테인먼트산업과 소프트웨어(SW)산업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는 무리가 있겠지만 같은 지식재산이라는 범주로 놓고 보면 아무래도 소프트웨어는 일반인의 관심에서 너무 많이 빗겨서 있다. 실례로 가수 보아의 홍보 CF나 유명 가수들이 디지털 음원 무단사용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자 공중파는 이를 비중 있게 다뤘다. 이는 각종 포털과 게임사이트ㆍ모바일 등 MP3 다운로드시장까지 음원 사용료를 지불하는 발전적인 변화를 가져다줬으며 P2P 서비스에 대한 법원의 결정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큰 수확은 일반인들의 의식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다줬다는 것이다. 반면 SW 지적재산권은 자체적으로 단속, 계몽 활동을 벌여도 이런 사회적 담론을 이끌어내기가 어렵다. 최근 IDC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SW시장 규모는 지난 2004년부터 오는 2009년까지 평균 6.6%씩 성장, 2009년 시장 규모가 2,66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가까운 미래에 SW의 비중이 반도체나 자동차시장을 능가할 것을 예견하는 것이다. 또 2003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SW의 산업별 부가가치가 62.7%로 타 산업에 비해 높고 지난해 국내 SW시장 규모도 60조원으로 세계 15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 규모에 비해 정보기술(IT) 강국인 우리나라의 SW 수출이 세계 SW시장에 차지하는 비중은 4%가량에 불과하며 그나마 수입을 생각하면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정부나 몇몇 IT 전문지에서는 “SW산업을 살리자”는 취지로 SW산업 육성전략을 발표하고 SW 개발자 10만명 양성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특히 정보통신부에서는 2005년을 “SW산업 도약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여러 가지 육성안을 내놓았다. 중장기 목표로 SW산업 생산 규모를 2007년까지 30조원으로, 고용인력을 20만명으로, 수출 규모를 30억달러로 계획하고 올해에만 1,23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산업지원책 이전에 어렵게 탄생한 SW가 제대로 대우받고 무분별한 불법복제로 인해 SW 저작권사가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불법복제 근절 환경조성 시급 이러한 환경이 조성돼야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SW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SW는 앞서 말한 엔터테인먼트처럼 대중의 인기를 바탕으로 하지는 않지만 부가가치는 훨씬 높고 진입 장벽이 높지 않아 잘 만든 SW 하나만으로도 전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다. 핸드폰 단말기를 통해 이제 누구나 MP3를 들을 수 있고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시대가 열려 어디서나 TV를 시청하는 시대가 됐다. 이러한 기능이 가능한 것은 바로 소프트웨어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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