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북아 평화 악영향 햇볕정책 타격클듯

■ '北 핵개발계획 시인' 파장北·日관계등 급속냉각 전망… 당장 군사적 긴장은 없을듯 북한의 핵개발 시인은 한반도를 비롯, 동북아 평화 프로세스의 근본을 뒤흔들 중대사안이다. 왜냐하면 남북관계의 획기적 진전은 물론, 북미관계ㆍ북일관계의 호전이 북한의 핵개발 동결과 이를 대가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 경수로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지난 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북한의 핵개발 시인은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전망이다. 우리가 대북 포용정책을 지속한 사이에 북한이 '뒤에서' 핵을 개발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94년 북한과 미국은 북한의 핵 개발시설 의혹을 둘러싸고 미국이 제한적인 대북공습을 검토하는 등 일촉즉발의 지경까지 이르렀으나 제네바 합의로 위기를 넘기고 북미관계 정상화의 길을 걸었다. 이번 북한의 핵개발 시인은 이 같은 합의를 모두 무효화할 만한 사안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8년 전의 한반도 핵 위기상황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이라크ㆍ이란과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하면서 그동안에도 지속적으로 핵개발 의혹을 제기했다는 점 또한 우려할 만하다. 미국이 "핵문제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고 분명히 하면서도 "평화적 해결의 길을 모색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당장 군사적 긴장은 없을 전망이다. ▶ 북 핵개발 어디까지 미국이 밝힌 북한의 비밀 핵개발 프로그램은 94년과는 다른 것이다. 94년 핵문제는 핵발전소 등의 재처리시설에서 나오는 플루토늄 239가 문제였으나 이번에는 농축 우라늄을 사용한 비밀 핵무기 프로그램이라고 미국은 밝혔다. 94년 제네바 합의에 따라 플루토늄을 활용한 핵개발이 어렵게 되자 농축 우라늄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핵개발 프로그램을 바꿨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구체적으로 북한이 어느 단계까지 핵개발을 진행시켰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북한도 16일 미국의 발표에 대해 반응하지 않아 구체적인 북한의 핵개발 단계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 북한 반응 16일 북한은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15일 노동신문 논평에서 "이달 초 방북한 켈리 특사가 방북기간 중 핵, 미사일, 재래식 병력, 인권문제에서 북한의 일방적인 양보만을 요구했다"고 털어놓으며 "특사방문을 통해 대화의 문이 열리기를 기대했던 바람이 물거품이 됐다"고 밝혀 한편에서는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대화재개의 기대를 내비쳤다. ▶ 전망 미국은 이날 국무부 성명을 통해 "평화적인 해결을 희망한다"고 밝혔지만 그동안 북한의 핵개발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온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등 대북 강경파의 입지가 강화되면서 북미관계 역시 급속히 냉각될 전망이다. 또 햇볕정책이 기본적으로 북한의 핵개발 동결을 전제로 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ㆍ북일관계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 시인사실을 밝히면서 "핵문제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고 밝혀 북미 대화과정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러나 외교소식통들은 '북한이 왜 핵개발을 시인했을까' 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임성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북한이 핵개발 의혹을 솔직히 시인한 것은 대화를 통해 해결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또 올해 초부터 대대적으로 경제개혁을 진행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개혁의 성공과 생존을 위해 국제사회로부터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미국과의 관계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지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의 방북 때 일본인 납치문제를 솔직히 시인하면서 북일관계 정상화를 도모했듯이 이번 핵개발 시인 역시 미국의 핵심 우려사항을 솔직히 시인하면서 북미관계 정상화를 도모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핵개발 시인이 한반도 주변정세를 냉각시킬 요인인 것은 분명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획기적인 북미관계 개선의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안의식기자 이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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