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취업준비생 비용 부담 줄이자" SSAT 응시생 수 제한 가능성

■ 삼성, 신입사원 공채방식 바꾼다<br>올 하반기 10만명 몰려… 대졸자 3명 중 1명꼴<br>열린채용 기조 유지한 채 자격조건만 새로 만들어<br>다른 기업도 변경 가능성


삼성그룹이 2일 신입사원 채용방식의 변화를 검토하기로 한 것은 삼성 신입사원 공채에 지원자가 대거 몰리며 사회적으로 과도한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의 신입사원 채용은 입사 희망자의 지원서를 검토해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응시 기회를 주고 이후 임원ㆍ직무역량 면접을 거쳐 합격자를 발표하는 방식이다. 특히 삼성의 신입사원 공채를 대표하는 SSAT는 서류전형 없이 학점(4.5 만점에 평점 3.0 이상)과 오픽(OPIc), 토익(TOEIC) 스피킹 등 어학 점수가 일정 기준을 넘는 지원자 전원에게 응시 기회를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지원자 대부분이 SSAT 시험을 치르다 보니 매년 응시생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5,500여명을 뽑는 올 하반기 공채의 경우 지원자 수가 10만명을 넘으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올해 4년제 대학 졸업생이 32만명임을 감안하면 졸업생 3명 중 1명꼴로 삼성 공채에 지원한 셈이다. 지난 2011년과 2012년에는 각각 6만명, 8만명이 SSAT 시험을 봤다.

이처럼 공채 지원자와 SSAT 응시생이 급증하면서 취업 준비생은 물론 사회적으로 치러야 할 부담이 과도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게 삼성그룹의 판단이다. 실제로 삼성은 서울은 물론 지방에도 최대한 많은 SSAT 고사장을 확보했지만 이번 공채에서 접수 시작 1~2시간 만에 지방 고사장에서 수용 가능한 인원이 모두 마감됐다. 따라서 접수가 늦은 지방 응시생들은 서울로 와서 시험을 봐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특히 삼성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졸 공채 인원의 35%를 지방대 출신으로 뽑고 있어 지방대생이 삼성 공채에 대거 응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SSAT 관련 사교육 시장도 덩달아 호황을 누리며 취업 준비생들의 부담을 늘리고 있다. 현재 상당수의 사설학원이 SSAT 대비 강의를 운영하고 있는데 강의비용이 적게는 5만원에서 많게는 25만원에 이른다. 또 권당 가격이 2만원 안팎인 SSAT 관련 서적도 50여종이 출간돼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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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삼성의 채용방식 변화는 기존 SSAT는 유지하되 SSAT 응시생 수를 크게 줄여 취업 준비생의 실질적 부담을 덜어주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삼성 공채의 문제점은 SSAT 응시생 수가 너무 많아 발생한 측면이 있다"며 "결국 해법은 SSAT 시험을 치를 자격조건을 새로 만들어 응시생 수를 줄이는 쪽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단 삼성이 스펙과 상관 없는 '열린 채용' 기조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힌 만큼 SSAT 응시를 위한 기존의 학점 및 어학점수 기준을 높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기존 학점ㆍ어학 기준 외에 자기소개서 등 서류전형을 통해 SSAT 응시기회를 제한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이와 관련, 이인용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은 "기존 채용방식의 변화 필요성을 느껴 여러 방안을 두고 열린 검토를 하고 있으며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온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이 채용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위한 검토에 들어감에 따라 다른 대기업들도 연쇄적으로 채용방식의 변화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삼성 외에 현대자동차ㆍLGㆍSKㆍ롯데ㆍCJ 등도 별도의 인적성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각 대기업마다 우수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생들의 취업 선호도가 가장 높은 삼성이 채용방식을 바꿀 경우 다른 대기업들도 우수 인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잇따라 채용방식 변화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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