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시론] 외환자유화 추진 방향

오는 4월 1일부터 시행될 1단계 외환자유화를 앞두고 자유화 일정을 연기하자는 주장과 예정대로 추진하자는 주장이 대립되고 있다. 작년 6월 정부는 내년말까지 2단계에 걸쳐서 외환거래를 완전자유화한다고 발표하였으며 9월에는 이런 내용을 담은 외환거래법이 국회를 통과하엿다.금번 외환자유화 계획은 내년말까지 외환거래 완전 자유화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94년 12월 경제협력기구(OECD)가입을 앞두고 발표된 외환제도 개혁안이나 OECD가입후 수정안에 비해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획기적인 자유화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자유화에 관한 한 일본과 마찬가지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는 나라로 인식되어 있었다. 그런데 급작스럽게 외환위기를 맞게 되자 부족한 외환을 보충하고 국내시장에서의 경쟁을 촉진하며 정부개입을 줄이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외환자유화를 추진하여야 한다는 쪽으로 선회하였다. 외환위기 이후 시장자유화와 시장경쟁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자유화 일정이 빨라지고 있다. 상황이 바뀌면 정책도 변한다. 잘못된 정책이 잘못된 경제를 만들게 되므로 경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정책전환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외환위기의 원인에 대한 진단과 정책처방이 상충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열리고 있는 환란규명 경제청문회에서는 문민정부의 OECD가입 정책 추진이 도마위에 올라 있다. 국민소득 만불시대와 선진국 진입의 환상에 젖어 서둘러 OECD에 가입한 결과, 핵심쟁점이었던 자본자유화도 서두르게 되었고 외환관리에 헛점이 생겼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외환위기를 맞아 더욱 빠르게 자본자유화를 추진할 때 문제가 더 꼬이게 되는 것은 아닌지 반문해 보아야 한다. 올해 1단계 외환자유화 조치로 기업과 금융기관의 외환거래 자유화가 대되고 내년에는 2단계 조치로 개인의 외환거래까지 모두 자유화된다. 1단계 조치의 핵심은 기업의 만기 1년이하 단기차입을 자유화하고 선물환거래의 실수요 원칙을 폐지하는 것이다. 기업의 단기차입 확대는 결코 만만하게 볼 사안이 아니다. 우리나라 외환위기도 단기외채 비중의 지나친 확대로 경제상황이 악화되자 단기채무 차환이 어려워졌던 데 일단의 원인이 있었으므로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여야 한다. 위기이전 대기업들은 우리나라의 고금리를 해소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의 외자도입을 과감하게 자유화하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작 외환위기를 맞게 되자 그들자신이 해외자본의 피해자가 되었다. 지금까지 선물환 거래에 실수요 원칙을 적용하여 온 것은 선물환 거래가 환율변동 위험회피의 수단으로 이용되어 온 것이 아니라 변칙금융과 일부 환투기의 수단으로 이용되어 왔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선물거래의 실수요 원칙을 일거에 폐지하게 되면 각종 변칙금융과 환투기로 우리나라 외환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우려가 있다. 외환우기의 와중에서 작년 6월에 발표된 외환자유화 계획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이미 합의된 상항이어서 자유화를 연기하다면 대외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IMF와는 자유화의 기본방향에 대하여 합의하였을 뿐 세부사항까지 합의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일정한 구도와 소재를 주더라도 얼마나 그림을 잘 그려내는가 어디까지나 화가의 몫이다. 작년 6월만 하더라도 긴축과 개혁을 기조로 하는 IMF의 위기대책이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작년 가을 아시아의 외환위기가 러시아와 브라질등 신흥시장으로 퍼져나가고 미국까지 헤지펀드로 피해를 보게 되자 IMF의 역할과 국제금융질서 개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강력한 외환통제를 실시한 말레이시아는 나름대로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 저간의 여건변화를 감안할 때 우리도 나름대로 그림을 그려야 한다. 먼저 IMF와 약속한 자유화 기조를 유지하되 시행령과 규정을 통하여 건전성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단기차입을 자유화하되 재무구조가 불건전한 기업의 단기차입과 단기차입 보증을 제한하고 선물환 거래가 변칙금융에 이용되지않도록 감독기능을 강화하며 만기시 차액정산 규제로 투기거래를 억제한다. 다음으로 자본거래를 자유화할수록 환율변동폭이 커지게 되므로 1단계에서 는 단기 자본자유화보다 외환시장의 발전에 치중하여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자본자유화를 외치면서도 자본이동으로 환율이 불안해지면 이를 성토하는 모순을 보여왔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환리스크 헷지에 둔갑하고 선물환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것도 바로 이러한 자세 때문이다. 금번 선물환거래 실수요 원칙 폐지로 이러한 인식에 일대 전환이 있도록 하여야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