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업계에서는 「어느 회사가 몇% 를 할인했다」는 소문이 끊이질 않았으나 소문을 확인하는 일이 쉽지않았다.그러나 최근 이같은 소문이 사실로 드러났다. 미국의 한 ERP업체가 기밀서류를 팩스로 월스트리트저널에 보내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팩스에는 이 회사가 그동안 업체에 적용한 할인률이 그대로 들어 있었는데 할인율이 무려 42~94%까지 적용됐으며 94%는 한국 기업에 적용된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같은 사실에 접한 국내 IT업계 반응 또한 한술 더뜨고 있다. 이번 사례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드웨어업체의 출혈경쟁도 심각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신제품이 출시될 때면 권장가(리스트 프라이스)의 최고 80%까지 낮은 가격으로 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닉스 서버시장의 경우 더욱 심각해 할인폭이 90%에 이르고 있다. 50%정도 할인한다는 소문은 옛일이 된 지 오래다. 업체에서는 할인이 관행처럼 굳어져 직원들에게 제품별 최고 할인율까지 고지해주고 있다.
소프트웨어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프로젝트규모가 커질수록 출혈양상은 더욱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특히 최근 새로운 기술이 대거 소개되면서 『일단 따고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출혈경쟁으로 부작용 또한 만만치않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일단 하나라도 따내면 향후 영업이 수월해지지만 그 다음 새로운 고객을 만드는 일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출혈경쟁은 유지관리비를 과당 계상하는 등의 방법으로 보상받기 마련』이라며 『투명하지 못한 가격질서는 뒷거래로 양산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고 우려했다.
문병도기자D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