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민연금운용공사 설립이 능사 아니다

국민연금기금 운용체계 개편을 둘러싼 정부와 정치권의 논의가 다시 본격화할 모양이다. 보건복지부가 5년마다 가동하는 기금운용발전위원회가 장관에게 수익성ㆍ투명성ㆍ신뢰성 제고 방안을 주문했고 정치권도 이미 관련 법안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논란이 많고 세밀하게 따져볼 것도 많은 만큼 철저한 검증과 밀도있는 논의로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할 것이다. 400조원이 넘는 세계 4대 기금인데다 대다수 국민의 노후를 1차로 책임질 기금 아닌가.


정부는 지난 2008년 국민연금기금 운용계획 등을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복지부 소속 기금운용위를 7명의 전문가만 참여하는 상설 민간위원회로 전환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수준으로 독립성ㆍ전문성을 높이고 그 밑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독립시킨 기금운용공사를 두자는 것이다. 하지만 여야가 기금운용위 가입자의 대표성 부족 등을 이유로 비토를 놓아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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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지난해 각각의 입장을 반영한 새 법안을 제출했다. 새누리당 법안은 2008년 정부안과 비슷하다. 민주당 법안은 복지부 소속 위원회를 유지하되 권한을 강화하고 기금운용본부 체제를 유지하되 본부장을 이사에서 부이사장으로 높이도록 했다.

민간 전문가로만 기금운용위를 구성할 경우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은 강화되지만 부작용도 만만찮다. 수익성만 중시하다 자본시장을 왜곡하고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금운용계획 수립 및 운용 결과에 대해 정부의 책임을 묻기도 애매해진다. 독립성 강화는 정부가 기금을 국민연금 가입자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게 증시부양 등에 이용하는 것을 차단하는 정도면 된다. 정부의 책임성은 가입자 대표가 위원회에 직접 참여해 정부와 전문가들을 견제하는 가입자 대표성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기금운용본부를 별도의 공사로 독립시킬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국민연금의 속성상 한시적 조직인 기금운용위ㆍ본부를 공사로 전환하면 비용만 늘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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