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이르면 내년부터 재정지출이 수반되는 법률안을 제ㆍ개정할 때 다른 의무지출을 줄이거나 세입대책을 마련하도록 의무화하는 페이고(PAYGO·Pay as you go) 준칙 도입을 추진한다. 정치권이 재정에 부담을 주는 복지정책을 함부로 만들지 못하도록 막아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기획재정부는 29일 "올해 정기국회에서 재정수반 법률에 대해 페이고 원칙을 도입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제출하는 방안을 여당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페이고는 재정수반법률 제출시 재원마련 대책을 반드시 제시하도록 하는 것으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 시행 중인 제도다. 정부는 페이고 원칙을 내년부터 도입하기 위해 입법예고,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는 정부입법 대신 절차가 상대적으로 간단한 의원입법 형식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가 페이고 도입을 서두르는 것은 복지 등 의무지출 확대로 재정부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한 2014년 예산안에서 법상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의무지출은 168조8,000억원으로 47.2%에 달했다. 정부는 또 향후 의무지출 증가율이 6.9%로 재정지출과 재량지출 증가율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2017년에는 의무지출 비중이 절반 이상인 51.7%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국회의원들이 앞으로 선거를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해 재정지출을 수반하는 복지관련 법안을 경쟁적으로 내놓을 경우 의무지출 비중은 더욱 빠른 속도로 늘어날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 2011년 국회가 의결한 재정수납법률 459개 가운데 비용추계가 수반된 것은 9.4%(43개)에 불과했으며 이 가운데 국회 상임위원회가 제안한 법률 327개 중에는 비용추계서가 첨부된 법안이 한 건도 없었다. 의원발의안은 98개 가운데 35.7%, 정부제출안은 34개 가운데 23.5%만 비용추계서를 내놨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정부에서마저 재정부담에 대한 고민 없이 마구잡이로 만든 법안이 남발되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국회에는 정부 입법에 대해 페이고 원칙 도입을 골자로 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 법안은 의원입법을 페이고 원칙에서 제외하는 등의 한계가 있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의원입법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수정될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