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무역의날] 안팎악재 뚫고 '수출한국호' 순항

세계경제 침체·수입규제 강화밖으로 세계경제 침체와 수입규제 강화, 안으로 자금시장 위축이라는 삼각파도를 뚫고 '수출 한국호'가 지난 98년이래 4년 연속 무역수지 흑자 목표를 달성했다. 특히 연말 특수가 기대되던 시점에 '9ㆍ11 미국 세계무역센터 테러'라는 미증유의 사건까지 겹쳐, 올 수출 전선은 말 그대로 단 한순간도 편하게 지낼 수 없을 정도로 위기와 위기의 연속이었으나 우리는 무역수지 100억달러 흑자를 기어코 일궈냈다. 김재철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올해 무역수지 흑자는 세계경제 둔화, IT산업의 침체 등 최악의 무역환경 속에서 달성한 액수"라며 "그동안 꾸준히 글로벌 경쟁력을 온축시켜온 한국의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수출자금 대출 손실보상 '보급병 ◆ 불안한 출발, 암초와 암초 연초부터 우리 수출을 짊어져 왔던 반도체, 컴퓨터 등 정보기술(IT) 제품 수출이 20%이상 감소하며 수출 목표 달성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웠다. 철강, 석유화학 등 견실한 성장을 뒷받침 했던 분야도 수출이 10%이상 줄어 더욱 침울케 했다. 3월부터 시작된 수출 감소세가 7월, -21.1%라는 사상 최대의 감소율을 나타내자 급기야 무역수지적자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하지만 연말에 접어든 지금 갖가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우리 수출은 당초 심각한 우려와는 달리 나름대로 건실한 성과를 일궈냈다. 지난 10월말 현재 무역수지 흑자 80억달러를 기록했다. 비록 지난해보다 11% 줄어들었지만 같은 기간 경쟁국인 일본과 타이완이 각각 14%, 18%라는 수출감소율을 기록, 우리의 노력이 상대적으로 돋보였다. ◆ '월드 베스트'로 돌파 올 한해는 반도체 가격 하락, 9ㆍ11 미국 테러 사건이라는 악재 속에 IT분야, 반도체, 컴퓨터, 섬유류 등 주력 수출 분야가 큰 몸살을 앓았다. 하지만 이 같은 위기 속에서도 '월드 베스트 제품군'으로 무장한 국내 기업들의 시장 공략은 빛을 발했다. 수출 주력으로 자리매김한 자동차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하게 수출 증가세를 이어갔다. 경기침체로 저가형 중소형차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는 점도 있지만 품질향상을 위한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것. 휴대폰, 통신케이블 등도 쾌속행진에 보조를 맞췄다. 한국산 휴대폰은 세계 명품들 가운데서도 최고가에 팔릴 정도로 세계인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미국, 일본, EU(유럽연합) 등 선진국 중심의 수출 시장 관리를 중국, 중남미, 중동으로 확대시켜 나간 것도 주효했다. 특히 중남미 수출은 6.6%나 증가해 그 동안의 신 시장 개척 노력이 알찬 과실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달 초에 출범한 뉴라운드 체제와 중국의 WTO(세계무역기구) 가입은 수출 한국호에 또 다른 환경변화를 안겨준다. 특히 뉴라운드 출범은 보호무역을 완화하는 동시에 국내 수출의 발목을 잡아왔던 통상압력을 줄여 수출업체에는 단비가 될 전망.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 속에서도 7%의 수출 증가율을 기록한 중국의 WTO가입도 우리에게 위협과 동시에 기회 요인이다. 중국은 올해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수출 2위 국가로 뛰어 올라 중요성이 커졌다. 중화권에 대한 수출 비중은 올해 22%로 미국 20.7%를 앞질러 주요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 체질 개선 가속화, 틈새 발굴 집중 최근 국내외 변수들을 고려하면 내년 수출환경은 짙은 안개에 갇혀 예측 불가능한 형국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이 경기 침체와 테러 여파까지 겹쳐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데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의 가격하락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 예상키 어렵다. 수출 주력 군단인 종합상사들의 움직임도 둔해졌다. 삼성물산, 현대상사, LG상사, SK글로벌 등 주요 상사들은 올해 최악의 고전을 했으며 내년에도 만만치 않다. 대우인터내셔널의 오원석 부장은 "환율, 세계경기, 국제유가 등에 철저하게 연동된 우리 업계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라며 "세계 일류상품 개발과 브랜드ㆍ디자인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력을 포함한 품질 경쟁력 제고가 단시일에 해결할 수 없는 중장기적 과제라면 신시장 개척,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은 비교적 단기간에 수출 성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 오영교 KOTRA 사장은 "중국, 동남아, 중동 지역은 물론 그동안 비교적 소외된 중남미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IMF한파로 침몰 위기에 처했던 '한국호'를 구한 일등 공신은 무역인들이다. 최근 시중 은행들이 무역관련 수수료를 인상하고 일부 지자체가 컨테이너세 징수 연장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수출업체들은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수출 전선에서 묵묵히 땀흘리고 있는 역군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목소리가 아쉬운 때다. 홍병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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