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으로 소비재 가전 제품 소비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도 헤드폰ㆍ이어폰 시장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2010년 800억원 규모였던 국내 헤드폰ㆍ이어폰 시장이 2011년 900억원, 2012년 1,000억원을 넘어 올해는 1,100억원대로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수년째 두 자리 수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는 것.
이처럼 헤드폰ㆍ이어폰 시장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프리미엄 헤드폰ㆍ이어폰 시장이 커졌기 때문이다. 20만원대 이상 고가 헤드폰 시장은 지난 2분기에만 전년 동기에 비해 200%나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프리미엄급 헤드폰 등이 잘 팔리는 이유로 스마트폰 보급 확산과 헤드폰을 패션 아이템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 '나는 가수다', '강남스타일' 열풍에서 보듯 음악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다는 점 등을 꼽는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고사양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만큼 고가 헤드폰ㆍ이어폰 시장이 계속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헤드폰ㆍ이어폰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자 글로벌 업체들도 200만원 안팎의 최고급 제품과 함께 10만원대 보급형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유럽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독일 젠하이저는 최고급 헤드폰(189만원), 최고급 이어폰(119만원)에 이어 12만원대 보급형 미니 헤드폰, 10만원대 보급형 이어폰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중가 시장 공략을 위해 27만9,000원인 '모멘텀 온이어'도 출시했다. 일본 소니도 보급형 제품을 10만원대에 판매 중이고, 국내업체 휴먼웍스는 15만원대의 4D 진동 헤드폰 '스컬캔디 크러셔'를 내놨다.
또 세계적인 음향기기 전문기업 하만은 40만원대 헤드폰을 출시하는 등 전문 오디오 제조사들까지 헤드폰ㆍ이어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JVC, 마란츠, 포컬 등 오디오 업체들도 헤드폰ㆍ이어폰 신제품을 출시했거나 준비 중이다.
이 같은 헤드폰ㆍ이어폰을 찾는 소비자가 늘자 헤드폰을 빌려주는 카페까지 등장했다. 지난달 서울 대학로에 문을 연 '젠하이저 뮤직카페'에서는 헤드폰을 빌려주는 것은 물론 구매할 수 있도록 매장 내에 120여개의 제품을 전시 중이다. 젠하이저는 이매진, 롯데닷컴 등과 제휴해 이런 뮤직카페를 더 늘려나갈 예정이다.
김정삼 젠하이저아시아 이사는 "헤드폰이 음향기기 부속품에서 독자적 제품으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디지인과 컨셉트가 뚜렷한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를 잡았다"며 "글로벌 헤드폰 업체들도 한국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프리미엄 제품과 함께 대중적인 보급형 제품의 라인업을 늘려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