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마이너스 금리 증후군' 확산

마이너스 금리 부작용 확산자금 부동화·사행산업 팽창… 연기금 부실우려 세금과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금리가 잇따른 콜금리 인하로 제로(0)% 미만으로 급락하면서 사회 곳곳에 '마이너스 금리 증후군'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시중자금이 6개월 미만의 대기성 예금에 집중되는 자금흐름의 단기부동화 현상은 더욱 심화하는 가운데 국민 자산을 운용하는 연기금의 부실 우려도 크게 높아졌다. 특히 부동 자금이 카지노와 경마 등 사행성 오락산업으로 쏠려 극심한 부작용을 예고하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현재 은행ㆍ투신ㆍ증권 등 금융권에만 머물고 있는 6개월 미만 자금이 323조원으로 집계됐다. 올들어 8월까지 은행ㆍ투신권에 55조원의 단기자금이 늘어났고 8월 중 은행예금 증가액 7조4,662억원 중 만기가 6개월 미만인 자금이 94%를 점유했다. 금융권에 언제든 빠져나갈 대기성 자금만 급속도로 늘어나는 셈이다. '실질금리 마이너스'는 금융사의 자금운용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생명보험사들은 이미 역마진으로 돈을 굴리지 못한 채 늘어나는 손실을 메우기 위해 대규모 인원감축에 나선 상황이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까지 최대 3만여명의 보험설계사들이 직장을 떠나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회복지재단과 장학재단 등 이자로 생활하는 공익 단체들은 고정 이자수익이 격감하면서 각종 투자를 못하고 있고 퇴직자나 고령자들은 4%대의 정기금리로 1억원을 은행에 맡겨도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할 때 사실상 원금마저 까먹는 사태로 비화하고 있다. 공익단체 관계자는 "저금리가 소외계층의 생활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 곳곳에 이처럼 마이너스 금리 증후군이 확산되는 가운데 사행성 오락산업의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고 있다. ▲ 경마 ▲ 경륜 ▲ 카지노 ▲ 복권 등 사행산업의 지난해 시장규모는 총 6조1,771억원으로 전년보다 45.8%나 급증했고 올 들어서도 팽창세는 그칠 줄 모르고 있다. 특히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인 강원랜드는 올 상반기에만 41만명이 모여들어 2,24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고성수 건국대 교수는 "경기 침체기에 자금흐름의 부동화를 지나치게 방치할 경우 경제구조 자체를 왜곡시킬 수 있다"며 "저금리 시대를 건전하게 이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결국 주식 등 직접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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