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길문화를 바꾸자] 통행료수입 적어 투자비 회수 요원

전국 20개 노선에 총연장 1,996㎞. 고속도로 건설 30년만에 우리나라 고속도로는 올해로 2,000㎞시대를 맞는다. 외형적으로만 본다면 실로 비약적인 발전이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고속도로건설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도로공사의 부채 총액은 무려 6조7,400여원에 이르고 있다. 서해안고속도로(4조8,079억원) 하나를 새로 짓고도 남는 금액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언뜻 도로공사의 외형만 본다면 부실덩어리처럼 보인다. 그러나 부채의 내용을 꼼꼼이 살펴보면 빚이 왜 그리 많은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고속도로 건설·유지 비용은 땅값·인건비 상승 등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반면 건설의 주요 재원인 통행료수입은 여기에 훨씬 못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통행료는 어떻게 계산할까 고속도로 통행료 징수기준은 유료도로 통행으로 얻어지는 시간과 비용의 이익 한도내에서 해당 도로의 신설·개축·유지·보수에 들어간 원리금 학계액까지 징수한다. 원래 통행료는 해당 고속도로에 투입된 자금의 원리금까지 징수하게 돼 있었다. 그러나 지난 80년부터 유지관리의 일관성과 징수기간 단축을 위해 통행료 징수기한을 통일하는 통합채산제를 시행하고 있다. 고속도로 이용에 따른 편익의 산정은 운행비용 편익과 운행시간 편익을 구분해 산정하며 고속도로 뿐만 아니라 대체도로, 각 도심에서 고속도로까지 연결하는 진입도로 등도 함께 고려한다. 특히 편익 측정항목에는 차종·도로상태·연장 등은 물론 연료 및 엔진오일 소모량·타이어 마모율·유지비 및 정비비·차량의 감가상각비·쾌적성·안정성까지 감안한다. 도로공사는 지난 97년부터 고속도로 기능 회복을 위해 최저요금제와 장거리할인제를 실시하고 있다. 최저요금제란 통행료가 1,000원 미만일 경우 최저요금 1,000원으로 징수하는 것이며 장거리할인제는 100㎞이상 운행차량에 대해 2~8%의 요금을 할인해 주는 제도다. ◇하루에 차량 4대중 1대가 고속도로를 이용한다 지난해 전국 고속도로 총이용차량은 8억2,489만5,000여대. 하루 평균 226만대가 고속도로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차량 4대중 1대는 하루에 한번 고속도로를 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또 도로공사 설립 첫 해인 69년의 하루평균 5,972대였던 것에 비해 차량이용이 380배 정도 늘어난 수치다. 고속도로 이용에 따른 통행료 수입도 95년 1조원을 넘어섰으며 97년에는 1조3,677억원, 지난해에는 1조2,891억원에 달했다. 노선별로는 경부선이 전체 통행료 수입의 40%인 5,126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또 호남선이 1,275억원으로 10%를 차지하고 있어 20개 고속도로 노선중 경부·호남 두 축에 전체 통행료 수입의 절반이 편중돼 있는 실정이다. ◇고속도로 건설재원현황 및 문제점 현재 고속도로 건설재원은 정부와 한국도로공사가 각각 50%씩 부담하고 있으며 시내구간의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건설비중 일부를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 공사비 조달은 주로 통행료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톨게이트에서 거둬들이는 통행료는 수입이 아닌 투자비의 회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통행료 수입은 투자비용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고속도로 투자비용을 회수한 노선은 경인고속도로 한 곳에 불과할 정도다. 심지어 경부고속도로도 계속된 확장·보수 등으로 아직 원가를 회수하지 못한 상태다. 더욱이 도로공사측은 올부터 오는 2004년까지 3,700㎞의 고속도로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총 39조8,846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기간동안 공사가 거둬들일 수 있는 통행료 수입은 연평균 차량이용 증가율을 15%로 잡더라도 17조7,109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투자비용의 절반에 불과한 금액이다. 이는 곧 우리나라의 고속도로 통행료가 지나치게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고속도로 통행료가 차종별로 우리나라의 10~15배에 이르고 있고, 프랑스는 3.3~4.6배, 스페인도 3.6~6.6배에 달한다. 이 때문에 통행료가 전체 고속도로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6년 27.9%, 97년 33.4%였던 것이 지난해에는 21.6%로 뚝 떨어졌다. 낮은 통행료는 고속도로 소통에도 큰 지장이 되고 있다. 고속도로 이용에 따른 비용이 적다보니 고속도로 이용자들이 대중교통보다는 자가용을 선호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고속도로 이용차량은 8억2,489만5,000대. 이 가운데 승용차는 6억9,044만2,000대로 전체의 84%에 이른다. 81년에 승용차 비율이 29%에 불과하던 것에 비해 55%포인트나 높아진 수치다. 특히 수도권 등 대도시 인구집중에 따른 광역화로 90년대 이후에는 대도시와 위성도시간 고속도로 단거리 이용객이 크게 늘어 물류난 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지속적인 고속도로 건설을 위해서는 통행료를 현실화해 투자비용 회수기간을 단축시키는 한편 국내 채권시장에서의 자금조달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로부터 만기 10년이상의 장기저리자금을 도입하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정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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