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배당과 관련해 정부의 이율배반적인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시중은행에는 고배당 자제를 강하게 요구하면서 정작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에 대해서는 더 많은 배당을 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나라곳간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논리이지만 속된 말로 '남이 하면 나쁘고 내가 하면 좋은 일'이라는 두 얼굴의 행태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달 29일 1주당 580원을 배당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배당금 총액은 3,735억원으로 배당성향은 24.06%이다.
배당금 총액은 지난해보다 1,095억원이 증가했고 배당 성향 역시 3.56%포인트 늘었다.
문제는 정부가 행하는 이 중 잣대다.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한 금융 당국은 기회가 될 때마다 금융지주사에 고배당을 자제하라고 압박했다.
최근에는 5개년치의 자본적정성 운영계획을 제출하도록 하기도 했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은행의 지주사 배당을 봉쇄해 원천적으로 금융지주사들이 고배당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정부의 보이지 않는 압박이 전해지면서 실제로 금융지주사들은 지난해보다 배당을 줄였다. 지난 9일 결산실적과 함께 배당안을 발표한 신한지주의 경우 1주당 750원을 배당하기로 했고 배당 성향은 11.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3.4%포인트가량 낮은 수치다.
배당 성향이란 배당금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것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주주에게 배당이 많이 돌아간다.
정부는 국책은행과 금융지주사는 사정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금융지주사의 고배당은 국부 유출로 이어지지만 국책은행의 고배당은 세수 확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기업은행이 비록 국책은행이라 할지라도 시중은행과 동일한 고객을 대상으로 완전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배당으로 돌아갈 몫을 자본금 확충에 써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은행은 여타 시중은행에 비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낮다. 지난해 말 현재 기업은행의 BIS 비율은 11.70%로 평균(13.94%)에 비해 2.24%포인트 낮고 국내 18개 은행 중에서는 꼴찌에서 두번째다.
특히 기업은행의 BIS 비율은 1년 동안 0.84%포인트 낮아졌지만 배당금은 오히려 더 늘었다.
금융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기업은행의 배당 성향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을 제외하고는 줄곧 20%대를 기록해 금융지주사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며 "정부는 배당이라는 하나의 사안을 놓고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꼴인데 금융지주사들이 쉽게 납득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