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말 이후 단 3주(4월23일~5월17일) 만에 종합주가지수가 22.1% 폭락하며 700선으로 내려앉았다. 이런 폭락 사태는 중국경제의 경착륙 우려와 유가급등, 그리고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설 등 이른바 ‘3대 악재’가 한꺼번에 시장을 덮친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중국 정책당국의 긴축정책을 시사하는 발언의 영향으로 경착륙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중국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 아시아 국가의 주식시장이 상대적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이런 악재를 함께 받은 중국과 일본ㆍ타이완 등 주요 경쟁국 시장에 비해 한국 주식시장의 하락폭이 훨씬 컸던 것은 참으로 뜻밖이다.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불과 5.8% 하락하는 데 그쳤으며 총통선거를 둘러싼 정치적 혼란까지 가세했던 타이완 자취엔지수는 18.7%, 일본 닛케이지수는 13.3% 하락했다.
더욱이 같은 기간 타이완시장에서 외국인투자가들은 29억달러를 순매도한 반면 한국 주식시장에서는 19억달러를 순매도하는 데 그쳐 오히려 한국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작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한국 주식시장이 아시아에서 가장 심각한 상황에 빠졌던 것은 일부 외국인투자가들의 매도조차 감내할 수 없을 만큼 허약한 국내 수급기반에서 원인을 찾을 수밖에 없다. 한국의 기관투자가들은 ‘저가매수’는커녕 ‘손절매’를 통해 서둘러 시장을 탈출하려는 모습을 보이며 오히려 주가 하락폭을 더욱 키우는 데 일조했다.
물론 한국 주식시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실적을 자랑하고 있어 다시 외국인 투자자금을 유치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국내 기관투자가를 제때 육성해 시장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성공하지 못한다면 외국인투자가들에게 한국 주식시장은 다른 국가에 비해 변동성이 월등히 높은 시장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