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마음 속의 명품

박용선 <웅진코웨이㈜ 사장>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저마다의 명품이 자리잡고 있다. 어느 누구에게는 그야말로 값비싸고 고급스러운 상품이 명품이 될 수 있으며 또 어느 누구에게는 상대적으로 희소해서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상품이 그러할 수 있다. 어찌 됐던지 명품은 누구나 한 개쯤은 꼭 갖고 싶어하는 물건일 것이다.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부자들은 오히려 크게 늘어나고 최고가품의 수요도 증가했다. 실제로 지난 2002년 세계적인 경기불황에도 1만3,000달러(1,700만원)나 되는 에르메스의 버킨 핸드백을 예약한 대기자 명단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경제학에는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라는 용어가 있다. 상류층 소비자들에 의해 이뤄지는 소비형태로 가격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자신의 존재를 남과 차별화하기 위해 좋은 것을 마음껏 구매하거나 구매한 상품 자체를 통해 드러내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례로 서울 강남의 한 고급 백화점에서 세련된 여성용 재킷을 15만원의 가격표를 붙여 전시했더니 그다지 많이 팔리지 않은 것에 반해 같은 제품을 150만원에 내놓았더니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베블런 효과의 대표적인 예이다. 중요한 것은 사실(fact)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이미지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조지 켈리는 현대의 소비자들에게는 객관적 사실보다 주관적 해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미지란 소비자의 마음속에 만들어진다. 그런 만큼 논리적으로 설명하거나 경제성을 비교하는 등 이성적이거나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서는 기업이 의도하는 결과를 얻기가 쉽지 않다. 명품이란 꼭 값으로 계산하거나 사회적 통념에 의해 평가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길거리에 널어져 여기저기 차이는 돌부리도 수석가에게는 평생에 한 번 찾을까 말까 한 산수경석일 수 있고 어머니가 물려주신 낡은 경대가 딸에게는 세상에 하나뿐인 명품일 수 있는 것이다. 즉, 저마다의 의미가 있고 진귀하기에 그 가치가 더욱 빛나는 것이 나만의 명품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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