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기로에 선 현대차 노조

올 하투(夏鬪)의 바로미터가 될 현대자동차 노사협상이 조기 타결이냐 아니면 파국이냐의 중대 기로를 맞고 있다. 전체 조합원 수 4만1,000여명의 거대 조직인 현대차 노조가 민주노총의 일정에 맞춰 속속 파업에 돌입하면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놓으라고 사측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측의 교섭결렬 선언과 파업가결 이후 사측은 전혀 예상 밖의 파격적 제안을 거듭 내놓았다. 조기 타결을 위한 일종의 스피드 업(Speed up)인 셈이다. 사측의 태도는 지난 28일 제12차 협상에서도 역력히 엿보였다. 당초 품질본부 직원들에게만 지급됐던 ‘미 JD파워 품질인증’ 특별격려금과 관련, 노조측의 요구를 순순히 받아들였다. 이전 11차 협상에는 지난해 타결수준에 근접한 임금인상안을 이미 내놓았다. 이러한 사측의 제안은 예년 같으면 파업 막바지에나 나올법한 대파격이었다. 회사측의 이 같은 초스피드는 ‘더 이상 악성 분규만큼은 말자’는 사회적 바람과 압박이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 게다가 이미 부분파업으로 6,000여대의 생산차질과 840억여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어 이대로 가다가는 노사가 공멸한다는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것도 사측의 움직임을 재촉하고 있다. 따라서 사측은 오늘(30일) 재재될 교섭에 조기 타결의 결정적 협상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적어도 임금인상 부분에 관한 한 내놓을 것은 다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결의 열쇠는 노조의 움직임이다. 노조는 당초 예상을 깨고 70%선의 높은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 집행부의 명분에는 나름대로 힘이 실렸다고 볼 수 있다. 노조가 요구했던 임금 부분도 이날 협상을 고비로 누가 보더라도 주머니가 채워질 가능성이 무척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노조의 고민이다. 민주노총 핵심사업장의 위치에 선 현대차 노조가 비정규직문제, 사회공헌기금 문제 등을 제쳐두고 임금부분에 주머니가 채워졌다고 과연 결단을 내릴지가 관건이다. 세상사는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듯이 사측에서 납득할 만한 제안을 내놓을 때 적절한 타이밍을 찾아내는 노조의 현명함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현대자동차의 노사협상과 현대차 노조가 기로에 선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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